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자 중국의 최대 석탄 수입국가인 인도네시아는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을 금지했다. 자국 전력공급을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한 조치다.
전력생산의 약 56.6%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1월 말부터 약 2주간의 춘절 연휴기간,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어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지만, 최근 전력 수급 사태에 비추어 낙관적이지는 않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는 국내 발전소의 석탄 부족을 우려해 1월에 석탄의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고, 3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석탄과 천연가스 생산기업은 국내 수요를 우선하라”며 수출 중단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번 수출금지의 명분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최근 카자흐스탄의 밀 수출 제한, 태국의 벼 수출 제한 등 일부 국가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물자 수출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역시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관측통들은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 제발을 찍은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자국 전력 수급을 이유로 수출을 규제한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대신 기존 수입처인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수입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의 수출량은 중국 전체 석탄소비량의 5%에 그치지만, 중국 세관당국이 밝힌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전체 석탄 수입량 2억9천만t 중 인도네시아산은 1억7800만t으로 약 61%를 차지한다.
발전용 석탄만 놓고 본다면, 인도네시아 석탄의 비중은 더욱 높다. 지난해 1~11월 중국이 수입한 인도네시아산 석탄 중 발전용은 1억7700만t으로 거의 대부분이었으며, 이는 전체 발전용 석탄 수입량의 74.4%다. 전년과 비교하면 54.4% 증가한 규모다.
1월 한 달간만 한시적으로 수출이 막혔지만,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 중단의 파급은 작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 방침이 발표되고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중국 정저우 선물거래소에서 발전용 석탄 5월 인도분은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최대 상승폭인 7.8%를 기록했다. 지난해 석탄 수급에 시달린 전력생산 업체들의 공포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대만의 경제학자 리헝칭은 “인도네시아산 석탄이 중국 전체 소비량의 5%라고 해도 이미 절대량에서 매우 큰 규모”라며 “각국이 앞다퉈 구매량을 늘리면서 현재 국제 석탄 가격은 지난해 초에 비해 2배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의 부담이 가볍지 않다. 중국의 실제 석탄발전 비중은 70%라고 봐야 한다. 석탄 가격이 직접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력대란으로 중국 여러 지역에서는 전기료 조정이 단행됐고, 이는 새해 첫날에도 이어졌다. 장쑤, 산둥 등 지방당국은 지난 1일 최대 70% 인상이 포함된 전기료 조정안을 발표했다.
대만 매체 중앙사에 따르면, 산둥 당국은 산업용 전기료를 조정해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는 50%로 낮추는 대신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는 50~70% 인상했다. 피크 타임에 전력사용을 줄이고 심야시간대 등에 사용을 늘리도록 한 것이다.
간쑤성, 윈난성에서도 가정용과 농업용 전기료를 -50~50% 조정했다. 역시 피크 타임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산시성에서도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 전기료를 60% 인상하기로 했다.
리헝칭은 “지금까지 중국은 시장이 아닌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전기료를 결정해왔지만, 지난해 9월 전력대란으로 가격 조정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권한이 민간기업으로 옮겨지고 시장화가 진행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로 권한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리헝칭은 “중국은 인플레이션도 심상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전력생산에 필요한 석탄이 한 달간 5% 삭감되는 것만으로도 생산비용과 생활비용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춘절 기간(1월말~2월 중순) 공장 가동이 줄어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면 왜 지방정부가 명절을 앞두고 분위기 깨는 전기료 인상안을 줄줄이 발표했겠느냐”고 “그만큼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뤄야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