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보이콧 선언한 美, 중국 비자신청…中 “자작극” 비난

리다위(李大宇)
2021년 12월 28일 오전 11:53 업데이트: 2021년 12월 28일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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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이 입국비자를 신청한 미국 관리들의 숫자를 공개하며 비난에 나섰다.

27일 환구시보 등 관련 언론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 40명의 비자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선수단을 지원할 실무자급 관리 18명의 중국 입국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40명이 추가로 비자 신청을 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 25일 실무자 18명의 비자를 신청하면서 40명을 추가로 신청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미 백악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계자 등 공무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겠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이후 동맹국의 참여 여부는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면서도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다”는 발언으로 은근한 동참을 요구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4년간 대회 참가만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땀 흘려온 선수들의 피해를 차단하면서도 중국 내 인권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묘책이다.

그러나 미국 내 대중 강경파 측에서는 외교적 보이콧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 후원을 저지하는 등 좀더 강력한 보이콧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앞장서자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전통적 우방국들이 뒤따라 나섰다. 일본 역시 24일 보이콧 동참 의사를 밝혔다. 중국과 경제 교역 관계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뒤늦게 발표하는 형태로 중국의 체면을 고려한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적 보이콧 확산을 경계해온 중국은 이번에 미국 관리들이 비자를 신청하자, 바이든 행정부를 몰아세우는 모습이다.

자오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정치적 조작을 목적으로 올림픽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관과 정부 대표단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작극을 벌였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국제 관례와 관련 규정, 상호주의 원칙 등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미국 관리들의 중국 입국비자 신청이 외교적 보이콧의 포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양측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선수단 지원을 위한 관리 파견을 외교적 보이콧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지만, 중국은 관리를 전혀 보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이 ‘국무부·국무부 소속 18명”이라고 밝힌 미국 관리들 대부분은 직위가 낮은 하위급 실무자로 알려졌다.

중국은 추가로 비자를 신청한 미국 관리 40명에 대해 인원수만 공개하고 아무런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보수매체에서는 해당 관리들이 선수단을 파견하는 주정부나 지방정부 혹은 2028년 LA 하계 올림픽 관계자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의 지방관리들이 올림픽 개최지를 방문해 운영을 살펴보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쌓는 것은 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