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항소법원의 백신 의무화 조치 중단명령에 “법적으로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응수했다.
보건복지부 의무총감인 비벡 머시 박사는 7일(현지 시각) A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의무 사항들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제5순회법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민간 기업 백신 의무화 명령에 “중대한 법적, 헌법적 문제가 있다”며 “법원의 추가 조치가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텍사스·루이지애나·미시시피·사우스캐롤라이나·유타주와 일부 기업, 개인, 기독교보수단체들이 공동으로 진정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4일 노동부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비상권한’을 발동해 1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민간 사업체에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모든 근로자는 내년 1월 4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며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지난 7월 연방 공무원과 정부 하청업체 직원, 군인 등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명령한 데 이어 이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추후 바이든 행정부가 더 소규모 사업장까지 같은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알라배마, 조지아, 켄터키 등 공화당 소속 24개 주 법무장관들은 정부를 고소하겠다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어 텍사스 등은 진정서를 제출하며 직접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머시 박사는 “바이든 대통령도 그렇지만, 정부는 근로자들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명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대유행으로부터 구해낼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우리는 대량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신 등 다른 전염병 백신과 안전성이나 효능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연구를 포함해 최근 몇몇 연구들에서 백신은 코로나19에 대한 보호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접종을 완료하더라도 여전히 감염되거나 전파하거나 중증 진행, 입원,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머시 박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의 경제적 효능도 주장했다.
그는 접종 의무 민간기업 확대 조치가 “사람들의 건강에 좋고, 경제에 좋다”며 “의무화가 매우 타당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미국 전역의 여러 상공업 협회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백신 의무화 확대가 인력부족과 공급망 병목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 하청업체 직원들은 건강이나 종교를 이유로 면제받는 것을 제외하면 전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매주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접종을 대체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트럭운송협회는 지난 10월 백신 의무화가 공급망을 무너뜨리고 “우리가 봉사하는 산업, 지역사회와 가족 그리고 기업들에게 인력 위기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미국은 이미 심각한 노동력 부족, 생산 중단, 원자재 부족, 억눌렸던 소비 폭발 등 요인들로 인해 전례 없는 공급망 붕괴와 공급 지연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머시 박사는 “경제를 해치는 진짜 요인은 코로나 그 자체이지 백신 의무화가 아니다”라며 “의무화는 전염병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는 발언으로 기업들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과거 기준에 따른다면 미국인 이미 집단면역 상태다. 미국 성인 기준 1차 접종률은 80%, 접종 완료율은 70% 이상이다.
그러나 집단면역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미 보건당국이 제시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백신 접종률은 70%였으나, 이는 최근 80%로 올라갔다.
CDC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사례는 4630만건이며, 관련 사망자는 75만1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