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난 ‘오징어 게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vs “나이에 부적합한 콘텐츠 위험해”

2021년 10월 12일 오후 6:1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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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마냥 반길 수 만은 없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역자들’을 연출한 최공재 감독과 칼럼니스트 황선우 작가를 만나 관련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황선우 | 칼럼니스트] :

“돈에 치이며 살았던 사람들, 현실 속에서 굉장히 ‘암담함’을 봤던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의 권유로 엄청난 돈을 얻을 수 있다 해서 게임을 합니다.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사람들이 죽고 결국 엄청난 비극이 나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또다시 현실로 돌아가기에는 현실도 너무 암담해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고 있고요.”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 벌인 놀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최공재 | 다큐멘터리 감독 ] :

나중에 게임을 알고 봤더니 너무나 돈이 많아서 너무 할 게 없는 사람들이 다른 재미를 찾기 위해서 그 게임을 했던 거라고 하면서 그다음을 예고하고 있고 어쨌든 이것이 넷플릭스 상에서 전 세계 1위를 찍었던 거라서 속편과 3편까지도 이제 제작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대박을 쳤던 그런 미니 시리즈죠.”

주요 외신들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호평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건데요.

다큐멘터리 영화 ‘부역자들’을 연출한 최공재 감독은 “한국적인 특성에서 드라마의 성공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익숙한 장르, ‘자본주의’라는 보편적 주제, 여기에 구슬치기, 술래잡기, 달고나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가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평가입니다.

[최공재 | 다큐멘터리 감독 ] :

“마지막에 ‘오일남’이라는 자본가가 하는 말이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가진 자와 전혀 가지지 못한 자의 공통점은 삶이 재미가 없다라는 거예요. 너무 가진 자는 할 거 다 해봤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재미를 못 찾는 거고 가진 게 없는 자는 너무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뭘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삶의 재미가 없는 거죠.” 

“이번에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는 너무 리얼한 현실 속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에요. 오징어 게임은 굉장히 글로벌 콘텐츠의 형식을 띄었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 한국적인 겁니다.해외에서도 이게 더 먹혔다는 것은 너무나 한국적인 콘텐츠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먹혔다라고 봐요. 우리 한국 문화적 유전자인 미임(meme)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그러니까 저는 이것이 첫 번째 시동이라고 봅니다.” 

최 감독은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중국 자본에 의존했던 한국내 영화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공재 | 다큐멘터리 감독 ] :

“한국의 문화 시장은 중국 자본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거든요.  중국 자본으로만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한 거죠. 그런데 이제 넷플릭스라든가 디즈니라든가 새로운 루트가 생겨서 그쪽으로 가면 작품을 잘 만들 수 있는 제작진이나 스텝들에게 더 많은 투자가 진행이 되면서 이제는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나 우리가 지금까지 드라마나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굉장히 새로운 것들을 만날 거다.” 

그러면 이 맘모스와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맘모스가 등장해서 굉장히 한국에게는 그나마 다행인 상태다. 한국의 미래는 굉장히 좀 밝은 편이다라는 게 이 오징어 게임은 증명을 했다고 봅니다.”

글로벌 OTT 업계가 앞다퉈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올 초에 ‘한국 콘텐츠에 전폭적으로 투자한다’면서 밝힌 투자 금액이 무려 5천5백억 원입니다.

겨울왕국, 어벤저스 등 막강한 콘텐츠를 내세운 디즈니의 OTT 서비스가 오는 11월 우리나라에 상륙합니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이나 HBO 맥스, 애플티비까지 국내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최 감독은 “글로벌OTT업체들의 투자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공재 | 다큐멘터리 감독 ] :

“한국의 공중파 방송들 다 막장드라마잖아요. 얼마 전에 ‘X하우스’ 그게 이야기입니까? 이젠 동성애자까지 막장 드라마에 들어가고 있고. 근데 이거 갖고는 자기들이 망한다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거고 보는 관객들의 수준은 분명히 엄청나게 급속도로 빨리 수준이 올라가는 거죠. 글로벌 콘텐츠로 가다 보니까 대중들한테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가 될 거다. ‘그런 변화의 시점을 오징어 게임이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다’라고 저는 보는 거죠.”  

하지만 드라마의 폭력적인 내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게임에 진 사람을 총살하고 돈을 위해 살인을 벌이는 등 잔혹하다는 건데요.

컬럼니스트 황건우 작가는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드라마가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폭력적인 설정으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쉽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황선우 | 칼럼니스트] :

“19금이라고 해도 사실 유튜브에 퍼져 있는 게 또 현실이고 또 청소년들이 많이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그런 가정이 있고 부모가 있다면 또 문제가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데,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가정이 혹시 없다면 바로 가지 못할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영화는 영화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게 저는 그렇게 말을 하는 분들한테 좀 죄송한 말이지만 좀 겸손하지 못한 말일 수가 있겠다.” 

“문화는 무의식의 영향을 많이 주잖아요. 예를 들어서 저는 ‘설레임’이라는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실 이걸 교육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사실 ‘설레임’은 문법적으로 틀린 거고 ‘설렘’이 맞는데, 아이스크림 ‘설레임’을 계속 보다 보면 결국에 “설레임’이 문법적으로 맞나”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 ‘설렘이 맞는 문법이다’라는 걸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걸 보면 잘못된 거지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거죠. 드라마에서 잘못된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다라고 하면 감독이 실제로 악랄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걸러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냥 ‘드라마는 드라마다’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말이 아니겠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다른 나라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 데이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나이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를 시청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을 수업 시간에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한 중학교는 학부모에게 자녀들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신문을 두 차례 보냈습니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공재 | 다큐멘터리 감독 ] :

우리 아이들은 그 미임을 가지고 봤던 애들이거든요.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은 아주 아기 때부터 TV 켜놓고 CF 보게 해주고 만화 보게 해 주면서 컸단 말이에요. 아이들은 그걸로 해서 세상을 받아봤습니다 그러니까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그게 더 익숙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아이들한테 ‘책 읽어라’ 하면서 해봤자.”   

우리의 마인드는 아이들한테 전달이 안 돼요. 아이들은 이미지의 세대예요 이미지를 통해서 갑니다. 그러니까 그 이미지가 이 아이들한테 어떤 이미지로 바뀌게 하느냐가 중요한 건데 부모 세대가 길라잡이를 해줘야 된다.”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그러니까 미임을 갖다가 받아들이시고 자신들도 이해를 하셔야 된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이 자극적인 콘텐츠에 이미 많이 노출돼, 오히려 익숙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들이 뜨뜻 미지근한 콘텐츠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화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집니다.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황 작가는 “요즘 트랜드에 무조건 따라가기 보다 ‘선’을 일깨워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선우 | 칼럼니스트] :

“저는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자본주의 그 자체를 추종하고 자본주의 그 자체가 ‘선’이라고 보는 사람이냐라고 하면 저는 그건 아닙니다.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선’이라서가 아니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선’을 행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정말 바른 세계관을 가진 리더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또 바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교육을 통해서 잘 성장이 되면 그 사람들이 문화를 퍼뜨릴 수 있는 거라고 저는 보거든요.”

“콘텐츠를 퍼뜨릴 영화감독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연구를 해서 ‘선’한 코드를 많이 넣고 살아가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선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콘텐츠가 저는 분명히 지금까지도 있어 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많이 연구하면 더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쨌든 글을 쓰고 또 비평을 하고 칼럼을 또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저는 중간자에 있습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그런 논리도 분명히 있는데 이렇게 올 때 그냥 가버리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자본주의는 나쁜 거구나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텐데 제가 중간 자리에서 이렇게 꺾어주는 거죠. ‘아 이것은 좀 잘못 묘사했다.’, ‘이건 좀 악랄하게 묘사한 거다.’ 이 드라마에서는 돈을 삶의 어떤 엄청난 최고의 목적인 것처럼 말을 하지만 돈은 우리가 ‘사랑’할 게 아니고 ‘사용’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돈을 사랑하면 결국 오일남 할아버지처럼 되거나 아니면 열등감 혹은 우월감에 빠지는 그런 사람이 되는데 실제로 우리가 살아갈 때는 이렇게 살면 안 되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좀 꺾어주기도 하고.” 

“사실 대한민국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좀 안타까운 게 역사를 다룰 때 왜곡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는 이제 물론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팩트는 왜곡하지 않거든요. 팩트 안에서 해석이 다른 건데 대한민국은 팩트가 일단 다르게 나와버리니까 팩트를 바로 잡아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런 글을 쓰고 비평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고..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NTD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