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이임 후 최고등급 수교훈장 수여
1957년 상하이(上海) 태생인 추궈훙(邱國洪)은 상하이외국어대학(上海外國語大學)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1981년 국무원 외교부에 입부하여 아주사(亞洲司·아시아국)에서 근무했다. 1983년 주일본대사관으로 전보되어 3등 서기관으로 일했다. 1987년 외교부 본부로 돌아와 3등 서기관·2등서기관으로 재직했고, 1995~98년 아주사 일본처 1등 서기관, 부처장(과장보좌), 처장(과장)으로 승진했다.
1998년 두 번째 도쿄(東京)로 부임하여 주일본대사관 참찬(參贊·참사관)으로 일했고, 2001년 공사가 됐다. 그러다 2003년 총영사로서 주오사카(大阪)총영사관에 부임했다. 2006년 귀임하여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부국장)이 됐고, 2008~11년 3년간 주네팔 특명전권대사로서 두 번째 재외공관장 직을 수행했다.
우다웨이-청융화 뒤 잇는 ‘일본통’… 오사카 총영사, 네팔 대사 역임
2011년 외교부 섭외안전사(涉外安全司·대외안전사무국)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2월 제7대 주대한민국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로 부임했다.
우다웨이·청융화와 더불어 중국 외교부 내 ‘일본통’으로서 주한대사가 됐다. 추궈훙은 한국 근무 경험은 없었지만 2008년 1월, 중국 특사단 일행으로 방한하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접견한 경험은 있었다.
서울 부임 후 추궈훙은 2014년 2월 26일, 주한중국대사관·21세기 한중교류협회가 공동 주최한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의 가까운 이웃이며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다. 한중 우호관계는 오랜 세월 간 이어져 왔고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근대에 들어서 양국 국민은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고 민족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지지하고 도우며 두터운 우의를 쌓아왔다. 지난해 양국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중한 관계는 더욱 뚜렷한 발전을 이루었다. 국제 및 지역 문제에 있어 양국은 긴밀한 조율을 유지하고 있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되었다. 오늘날 중국은 국가 부강과 민족 부흥, 국민 행복이라는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실무적 협력의 지속적인 강화는 양국이 서로 협력하여 각자의 ‘발전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 양국 국민들의 근본 이익에 부합되며, 이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고 발언하여 시진핑의 중국몽을 강조했다.
이틀 후인 2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대사로서 공식 임무를 시작했다. 대사 부임 다음 달인 3월 28일, 6·25 전쟁 시 사망한 중공군 유해 437구가 송환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개최된 인도 행사에서는 백승주 국방부 차관 등 한중 양국 인사 8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해 7월 2일, 추궈훙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기고한 ‘한중 양국의 우정이여, 꿈이 미래를 비추게 하라’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평화 발전 추세 속에서 한중 양국은 ‘미래가 연계된 공동운명(前途相關, 命運爲共)’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국민이 손을 꼭 잡고 함께 꿈을 추구해 나가자” 주장했다. 더하여 “한중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와있다” “근년 들어 한풍(漢風)과 한류(韓流)가 서로 비춰주며 빛을 발하고 있으며 10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벌써 한국 전역에 10곳이 설립됐다. 양국이 문화적으로도 밀접한 사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추궈훙의 자평과는 달리 그 무렵 한중관계는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한미군의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사드(THAAD) 배치 문제였다. 그해 6월, 주한미군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대장은 “대한민국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이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러시아는 반발했다.
중국몽, 한중 공동운명체 강조
추궈훙은 2014년 10월 14일, 민간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개최한 ‘지구넷 21’ 포럼에서 “사드의 한국 내 배치 움직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반대하는 입장이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사드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고 본다. 사드가 커버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 즉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까지 커버한다”고 발언하여 ‘북한 미사일 요격 체계인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중국 고위 관리가 국내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었다.
추궈훙의 해당 발언은 10월 7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가용 수단이 제한되는데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었다. 앞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절대 가입하지 말라” 요청한 적도 있었다.
2014년 12월, 방중(訪中) 국회의원들을 중국대사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추궈훙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건 모기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 간 갈등 속에서 새로운 외교 현안이 부상했다. 2015년 9월 예정된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였다. 중국 측은 2014년 7월, 시진핑 방한의 답방 형식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했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서는 구 공산권 국가였던 폴란드, 체코를 제외하고 현직 국가 정상이나 각료급 국가 사절을 파견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려 했다는 점이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국가원수의 행사 참석에 직·간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는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되 열병식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추궈훙은 2015년 8월 24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平和)의 빛 비추자’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박 대통령은 중국 국민의 오랜 친구로서 중국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우선적으로 초대한 귀빈이다. 이번 방문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지역 평화와 안정된 발전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논평했다.
또한 “항일전쟁 승리의 의미는 중화민족이 다시는 외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대한 여정을 향해 가는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며 “중국은 또 행사를 통해 모든 선량한 이들의 평화에 대한 동경과 신념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나아갈 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중국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 중화민족에겐 평화, 화목,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정신이 깊게 박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우리 정부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9월 3일, 베이징(北京) 천안문(天安門) 성루에서 시진핑,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관람했다. 이에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블루팀에 있을 사람이 레드팀에 있다’고까지 말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블루팀은 ‘우리팀’, 레드팀은 ‘상대팀’을 가리키는 말로, 국방부에선 ‘아군’과 ‘적군’을 지칭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의미였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시진핑은 통화를 거부했다. 노골적인 대화 거부 의사 표시였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2월 7일, 북한은 사거리 12,000㎞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발사하였다. 이날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성명에서 “한미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에 관해 공식적으로 협의를 시작한다”라고 밝히면서 공개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시사하였다.
2월 23일, 추궈훙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한국 배치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덧붙여 “중국은 좋은 친구로서 한국의 약속을 믿을 수 있지만 미국을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사드 배치가 한국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 외교가에서는 “주재국이 국익과 안보를 위해 내린 결정에 대해 대사가 이렇게 경솔하고 노골적인 발언을 하다니 놀랍다”며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추궈훙의 발언 다음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외교부 김홍균 차관보는 추궈훙을 외교부 청사로 초치, 23일 발언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사드 배치 갈등 시 中 정부 대변하는 강경 발언으로 물의
2월 26일, 중국 공산당 관영 ‘환구시보’는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제하의 논평 기사에서 “여기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추 대사의 발언에는 틀린점이 단 하나도 없다. 그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주장했다.
2016년 3월 4일,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합동 실무단 결성을 위한 약정서를 교환했다. 4개월 후인 7월 8일,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개최,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하여 한미 간 합의가 완료되었음”을 공표하였다. 7월 13일에는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 발표됐다.
2016년 10월 7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4.5t급 해경 고속단정 1척이 중국어선과 부딪쳐 침몰했다. 중국어선이 단속에 나선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한 것이었다. 11일, 외교부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추궈훙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이 우리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안”이자 “법집행 기관에 대한 직접적·조직적 도발이라는 점에서 엄중한 사안”이라고 항의했다. 김 차관보는 중국 정부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강력한 단속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경고하기도 했다.
경북 성주군에 사드 배치 후 중국 정부는 대 한국 보복 조치로 한국행 여행객 제한, 전세기 운항 불허, 한류 스타 활동 제한 등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취했다. 롯데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세무조사도 시작했다.
2017년 1월 5일,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추궈훙을 초치, “사드 배치는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조치”라며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에 항의했다.
중국의 한한령에 대해서 추궈훙은 4월 2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외교자문단장 정의용(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으며,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사드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한국 기업에 보복하거나 인적 교류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듬해 8월 21일,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된 ‘한중관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국제세미나에서 추궈훙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선택에 의해 이뤄진 양국 수교의 성과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닌 만큼 소중히 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가 양국 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이자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재차 발언했다.
역대 최장수 주한 대사, 퇴임 후 한국 정부 훈장 수여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캐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조례제정을 철회하겠다” 밝혔지만 시위는 이어졌다.
2019년 9월 11일, 인천 새얼문화재단 주최 새얼아침대화 400회차 강연에서 추궈훙은 “홍콩 문제에 있어 분명히 말할 게 있다. 첫째, 홍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로서 중국의 주권이 작용하는 곳이다. 중국은 홍콩 반환 당시 일국양제를 제안했고, 현재 고도 자치로 운영하고 있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는 홍콩특별행정구에서 선출한 정부가 전권을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는 행위는 어떤 국가에서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평화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홍콩 경찰들이 자제하면서 질서유지를 위해 정당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라며 “서방 언론이 중국 정부를 질타하는 것은 이중잣대이다. 다시 말하지만 평화 시위는 반대 안 한다. 폭력적인 행위만 반대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을 염두에 두고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이번 시위 배후에는 외국 세력도 명백하게 보인다. 일부 국가들은 중국이 더 혼란스러워지길 바라면서 다른 나랏일에 간섭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중국은 두렵지 않고 자신감이 있다. 외국에 중국 내정에 관여하지 말라고 엄중히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강제 수용소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추궈훙은 “신장 청년들이 학교에서 기술 훈련을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를 위한 일이다. 미국이 중국을 먹칠하고 중국 탄압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추궈훙의 재임 기간, 중국 대사관 직원들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체결된 미국 션윈예술단 공연 대관계약을 취소하라며 KBS에 압력을 넣어 문화주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로 인해 추궈훙, 부대사 진옌광(金燕光), 국가안전요원 출신 영사 왕동푸(王東福) , 3등서기관 원룽(文龍) 등 중국 대사관 관계자 4명의 명단이 인권유린 및 종교박해 가담자로 공연 주관단체에 의해 미국 정부에 제출되기도 했다.
추궈훙은 2019년 12월 27일 서울특별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이임 리셉션을 개최하고 한국을 떠났다. 재임 5년 10개월 역대 주한중국대사 중 최장기 재임 기록이었다.
이임 이듬해인 2020년 6월, 추궈훙은 외교·국제관계 싱크탱크 중국 차하얼학회 동북아사무 수석연구원으로 취임했다. 12월, 대한민국 정부는 추궈훙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여했다.
수교훈장은 국권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외국인에게 수여되는데, 광화장은 다섯 등급 중 최고 등급에 해당했다. ‘대사 재임 중 한중 관계 발전과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가 수여 명분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한국 무시 발언한 前 중국대사에, 최고등급 훈장 준 한국’라는 기사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