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친 민주당 의원, 파월 연준 의장에 경기부양책 축소 촉구

한동훈
2021년 08월 08일 오전 10:30 업데이트: 2021년 08월 08일 오후 12:05
TextSize
Print

조 만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에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코로나 경기부양책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사실상 무제한 자금을 풀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서 경기부양책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조 만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수조 달러를 시장에 푼 상황에서, 팬데믹 기간 연준이 국채와 장기주택담보증권(MBS)을 매달 1200억 달러(약 137조원) 사들이고 있어서 점점 더 두려워진다”고 밝혔다.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연준의 양적완화는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처방이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재촉할 위험성도 품고 있다.

만친 의원은 “우리 경제가 아직 완전히 재개되지 않았는데, 3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형성됐다”며 “연준의 지속적인 경기부양과 추가 재정이 경제를 과열시켜 열심히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인플레이션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하고 유동성 공급을 위한 자산매입도 지속하기로 했다. 일부 관계자가 올 연말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내년에야 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게 연준의 공식 입장이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만친의 서한은 민주당 의원이 연준에 저금리 정책 변경을 촉구한 첫 사례”라며 민주당 내 온건파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관측했다.

만친 의원은 커스텐 시네마 의원 등과 함께 당내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의 서한은 온건파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의 연임에 반대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에 동의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재개를 서두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 소비자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가며 가계 부담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은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바꾸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물가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제의 장기적 건전성을 위해 충분하게 투자하지 않는 게 더 위험”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만친 의원은 “코로나 구제방안은 대공황에 맞춘 정책으로 오늘날 경제에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제때 멈추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은 예상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초기에는 양적 완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회복 촉진이 충분해졌다. 환자에게 과잉처방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때다”라며 미국의 미래 위기에 대응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연준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던 양적완화를 축소 쪽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좌파 의원들의 경계심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양적완화를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해 공화당은 전원 반대하고 있지만, 연준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직접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로 이해된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