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판 만나는 섭입대서 지구 내부로 끌고 들어가
지금까지는 화산 통해 전량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
탄산염 형태로 결정화해 보관…결국 다이아몬드로
지구가 탄소를 지구 내부로 흡수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발견됐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링크), 서로 다른 지각판들이 충돌하는 섭입대에서 지구 내부로 끌려들어 간 탄소들이 배출되지 않고 내부에 갇혀 남겨진다는 것이다. 일종의 탄소 저장고 역할이다.
섭입대는 더 무거운 지각판이 가벼운 지각판 아래로 구부러져 들어가는 지역을 뜻한다. 깊은 바다인 해구가 생성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섭입대에서 지구 내부로 유입된 탄소들이 맨틀을 따라 순환하다가 화산 폭발을 통해 대부분 다시 대기로 방출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연구팀에 따르면, 화산 폭발 등으로 방출되는 탄소는 전체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는 내부에 그대로 저장돼 밖으로 지표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 박사 과정 연구생인 스테판 파상은 “우리는 지표면에서 탄소를 저장하는 물질과 그 순환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지만, 수백만 년을 주기로 하는 지구의 탄소 순환과 내부 저장고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말했다.
지구 내부로 끌려들어 간 탄소가 저장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생물체의 잔해, 조개껍데기, 체내에 이산화탄소를 흡입한 미생물, 해저 퇴적물 속 탄소가 섭입대에서 암석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고체화됨으로써 지구 표면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프랑스의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ESRF)의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섭입대와 유사한 고압·고온의 환경을 만든 뒤 암석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시뮬레이션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에 따르면, 지각판의 암석이 맨틀로 말려드는 과정에서 칼슘이 줄어들고 마그네슘이 많아진다. 이로 인해 탄산염의 녹는 성질이 줄어들면서 마그마에 잘 녹지 않게 되고, 화산 폭발과 함께 지상으로 뿜어져 나올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는 대기 중의 탄소가 해양퇴적물이 되고, 고체 상태로 다시 맨틀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지구의 수백만 년 주기 탄소순환을 의미한다.
이번 발견은 탄산염의 형성이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등 지구의 탄소순환을 이해하고 정확한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재 탄소의 배출량만 계산하고 지구의 흡수량은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모델을 평가, 수정하고 그 예측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 중 한 명인 싱가포르 NTU의 사이먼 레드펀은 “이 연구는 (지구의 탄소순환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매우 안정적인 광물 형태의 고체로 가둬둠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파상은 “아직 해야 할 연구가 많다”며 “앞으로 다양한 온도와 압력, 유체 조성에서 탄산염의 용해도를 연구해 탄소 흡수 추정치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