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장 “민간기업, 고객에 백신 여권 요구해야”

잭 필립스
2021년 08월 02일 오전 10:06 업데이트: 2021년 08월 02일 오후 12:08
TextSize
Print

미국 국립보건원(NIH) 책임자가 업종에 따라 일부 기업은 소비자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은 1일(현지 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데 대해’ 질문을 받자 직답을 피한 채 “한 걸음 더 진전될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 발언은 뉴욕에 본사를 둔 유명 외식 체인과 브로드웨이 공연장 등이 직원뿐만 아니라 영업장에 입장하는 모든 이용객에게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제시를 요구하기로 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의 공중보건 주요 책임자인 콜린스 원장의 발언은 최근 미국 내에서 치열한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과 관련해, 의무화 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접종 증명서 확대와 접종 의무화는 긴밀하게 연동된다. 지난달 2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연방 공무원과 계약직 근로자들 약 260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다음 날 월마트와 디즈니가 기다렸다는 듯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선언하고 로드맵을 공개했다. 두 기업의 발표는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고용 인원이 가장 많은 민간기업이고 디즈니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정부와 규모가 가장 큰 민간기업이 백신 접종 의무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콜린스 원장은 디즈니와 월마트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디즈니와 월마트 같은 (대기업) 고용주들이 나서서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연방정부 직원의 접종을 요구했지만, NIH에도 직원이 4만명 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므로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콜린스 원장은 “팬데믹 종식을 보고 싶어 하는 공중 보건 전문가로서, 접종을 꺼리는 모든 사람을 독려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숫자가 이를 증명할 것이다. 그들(민간기업)은 안전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다. 때로는 불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위 백신 여권으로 불리는 백신 접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나 스마트폰 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회사, 학교, 식당, 마트, 상점, 공연장, 대중교통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출입 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포함한 신원정보를 담은 대규모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감시 관리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건강코드’라는 앱을 개발해 모든 주민에게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강제화했다. 건강코드 앱이 없으면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하고, 위치추적 기능을 끌 수도 없다.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시민권과 자유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나 미국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새로운 신분제 사회가 구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더 많은 권리를 누리지만, 맞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일단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가 한번 구축되면 사생활 감시에도 사용될 위험성도 제기된다.

백신 여권 도입에 대해서는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일부 유럽국가의 시민들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주째 백신 여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영화관, 술집, 전시장, 헬스장 등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한편,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지방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및 백신 여권 도입을 막는 법안에 서명하거나 행정명령을 내렸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5월 민간기업의 백신 여권 도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잭 필립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