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등 의료직종 한정…“재향군인 보호조치”
“과도한 자유 제한”, “아직 정식 승인 안 난 백신” 비판도
미국 보훈부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직원의 접종을 요구하는 것은 연방기관 중 보훈부가 처음이다.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타이틀38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틀 38에는 의사, 간호사 등 특정 의료 직종 종사자가 포함된다.
맥도너 장관은 “델타 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재향군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조치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백신 완전접종을 마쳐야 하며, 이를 거부할 시 해고될 수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은 1회 접종,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2회 접종으로 완료된다.
당국은 백신 접종 준비 기간으로 8주를 제공할 방침이다.
보훈부는 훈련소 중 한 곳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과 훈련생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점, 백신 미접종 직원 4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점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미국병원협회(AHA)를 비롯한 수십 개의 의료단체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맥도너 장관은 “직원 또는 재향군인이 기관 출입 시 우리가 그들을 코로나19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자격이 있다”며 이번 의무화 조치로 이 같은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훈부는 사실상 모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정부는 이런 조치가 합법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회견에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불법이라고 단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연방 공무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것이 합법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연방기관이 직원들의 근무 조건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법상 정부나 기업이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투여되고 있는 백신이 정식 임상절차를 마친 게 아니라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독교 법률단체인 리버티 카운슬의 매튜 스테이버 회장은 “백신이 아직까지 긴급 사용 승인만 났기 때문에 어떤 주나 정부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12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올해 J&J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들 백신은 완전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셔널 풋볼 리그(NFL) 등과 같은 협회나 기업이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백신 접종에 대한 압박이 “인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수록 국가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관리들이 미접종자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해야만 한다”고 짧게 답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정보를 인용해 백신 미접종자들의 감염 사태를 비판해 왔다.
이런 가운데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완전 접종자들에게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적으로 민주당이 백신 접종을 지지하고 공화당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양당 의원들 모두 국민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온다.
인권 옹호론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고, 일부 직원들은 접종을 의무화한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론 존슨 상원의원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방역 규제를 완화한 NFL의 신규 지침과 관련해 “미국인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 데 대해 그 누구도 압박이나 강요를 받거나 보복을 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카리 스티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