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은 전 중국인이 힘든 날이었다.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생일파티’에 7만 명이 참가하고, 경찰 10만여 명이 지키고, 수십만 명이 후방 지원에 나섰으니 말이다.
가령 광둥성에서는 이미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수그러들었는데도 포산(佛山) 등에서는 7월 2일에야 봉쇄가 풀렸다. 또 여러 지역에서 심각한 물난리를 겪었지만 매체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지방정부도 상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또 윈난(雲南)에선 확진자가 나타났지만 7월 1일이 지나기 전에는 말할 수도 보도할 수도 없었다. 하나같이 창당 100주년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덮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바로 홍콩의 상황이 그렇다. 7월 1일 경찰이 습격당하고 습격자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창당을 경축하던 뉴스는 모두 빛을 잃고 이 사건에 매몰됐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7월 1일 당일 시진핑은 천안문 성루에서 ‘혈(血)’이란 글자를 높이 내걸었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른다는 ‘두파혈류(頭破血流)’, 피와 살로 세운 장성이라는 ‘혈육장성(血肉長城)’ 등을 입에 올린 것이 그것이다. 생일을 축하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는 그다지 길조가 아니다. 하지만 시진핑의 이런 발언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이 대내외적으로 느끼는 두려움, 공포심을 부각했다. 시진핑이 말한 ‘혈육장성’이란 14억 중국인들을 가리키는데, 주로 군대와 경찰의 피와 살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정법계통에 대한 대숙청 단행
사실 작년부터 중국공산당 내부 투쟁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변 미수 소식도 전해졌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공산당 스스로 취한 각종 조취들로 미루어 볼 때 이런 소문들이 전혀 근거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은 정법계통이다.
중국공산당은 작년 정법계통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했고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공안부 부부장 쑨리쥔(孫力軍), 충칭시 부시장이자 공안국장 덩후이린(鄧恢林), 상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궁다오안(龔道安)이 낙마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부부장급(차관급)이다. 이 밖에도 공안계통에서 현(縣)급 이상 공안청장이 1백 명 이상 낙마했고, 법원과 검찰 계통에서도 많은 인사가 낙마하거나 자살했다.
예를 들면 4월 17일 베이징시 검찰원 정치부 주임 마리나(馬立娜)가 자신이 살던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마리나는 베이징시 제1중급 인민법원 법관이자 부원장 겸 심판위원회 위원이다.
항저우시 중급법원 여법관 장몐(張棉, 41)도 작년 7월 사망했는데, 인터넷에는 그녀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공산당은 정법위에 대한 숙청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고위 관리들 역시 잇따라 낙마하고 있다.
예를 들면 5월 24일 충칭시 정법위 부서기 탄샤오룽(譚曉榮)이 당적과 공직을 동시에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았고, 5월 20일에는 정저우시 정법위 서기 위둥후이(于東輝)가 체포됐으며, 산둥성 정법위 서기 후이충빙(惠從冰)은 5월 14일 ‘자수’했고, 광둥성 정법위 부서기 장카이신(江楷鑫)은 5월 11일 낙마했고, 광둥성 정법위 부서기 천원민(陳文敏)은 1월 17일 조사를 받았다.
또한 네이멍구 정법위 부서기 우궈루이(武國瑞)도 2월 26일 조사를 받았고, 신장 정법위 부서기 다이광후이(戴光輝)도 3월 14일 쌍개 처분을 받고 사법부로 이송됐으며, 하이난성 싼야(三亞)시 정법위 서기 천샤오야(陳小亞)도 1월 15일 조사를 받았다.
군대에 대한 숙청은 일찍부터 시작됐다
폭력으로 국가와 사회를 통제해온 중국공산당 정권은 주로 두 개의 독점적 폭력, 즉 경찰과 군대에 의존한다. 중국인들은 전자를 칼자루(刀把子), 후자를 총대(槍桿子)라고 부른다. 지금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자는 일찍부터 군(軍) 숙청에 들어갔다. 이는 둘 중 군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군 숙청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
지난 5일, 시진핑은 사령관 4명을 상장(上將)으로 진급시켜 계급장을 수여했다. 이는 본래 군의 경사스런 일로, 이치상 일련의 창당 경축 활동에 배치했어야 마땅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 계급장 수여식을 조용히 거행됐다. 공산당 매체에서 보도한 화면을 보면 이 의식은 베이징 중국 인민해방군 청사인 8.1대루(大樓) 내 소회의실에서 진행됐고 참가자도 작년과 비슷한 수십 명 규모였다. 시진핑 얼굴은 밝지 않았고 승진한 4명의 보직 이동 역시 심상치 않은 의미를 지닌다. 시진핑의 군권이 더욱 공고해졌는지 아니면 근심이 더 늘어났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이번에 상장으로 승진한 이들은 남부전구(戰區)사령관 왕슈빈(王秀斌), 서부 전구사령관 쉬치링(徐起零), 육군사령관 류전리(劉振立),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쥐첸성(巨乾生)이다.
이들 중 2명은 퇴임한 전임자의 직위를 승계한 것이어서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아직 은퇴하지 않는 사령관을 대신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면직된 두 사람의 행방과 면직 사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부전구 사령관이 교체된 것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2020년 12월 서부전구 사령관 자오쭝치(趙宗岐)가 은퇴한 후 장쉬둥(張旭東)이 새로 부임했는데, 불과 반년 만에 쉬치링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장쉬둥은 장기간 선양군구 제39집단군을 맡아왔었다. 39군은 베이징 방위를 책임지는 친위대인 만큼 최고 권력자의 심복이 장악해왔다. 장쉬둥은 시진핑이 집권한 후인 2014년에 제39집단군 군단장으로 승진했으니 시진핑의 심복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16년 군 개혁 이후에 중부전구 부사령관 겸 육군사령관으로 승진했다. 또 2019년 10월 1일 국경절 열병식 부총지휘관에 임명됐고, 2020년 12월에는 서부전구 사령관이자 상장으로 승진했다. 이 정도면 시진핑의 총애를 받는 수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부전구 사령관이 된 지 불과 반년 만에 쉬치링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장쉬둥에게 다른 중요 임무를 맡겼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쉬치링은 올해 59세로 주로 육군에서 근무했다. 2016년 군개혁 이후 중부전구 육군 부사령관으로 취임해 장쉬둥을 보좌했다. 2018년 동부전구 육군사령관으로 승진했고, 2020년 4월 서부전구 육군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해 6월 서부전구 사령관으로 승진했다. 쉬치링은 2019년 12월 중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상장으로 승진했다.
만약 장쉬둥이 서부전구에 간 것이 단순히 스펙 쌓기에 불과했다면 이후 더 높이 승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가 승진할 것인지 아니면 뭔가 일이 발생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만약 그가 숙청됐다면 이는 중국군 내부에 상당한 지진을 일으킬 것이다.
이번 인사는 인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쉬둥이 서부전구를 주관한 후 중국과 인도 국경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진핑을 실망시켰을 수 있고, 때맞춰 서부전구 육군사령관 쉬치링이 시진핑이 만족할 만한 방안을 제시해 승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는 장쉬둥에게 정말로 큰일이 발생해 잠시 비운 자리를 쉬치링을 발탁해 매웠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중국과 인도 군대가 다시 국경에 집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의 교체 역시 정상이 아니다. 원래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리펑뱌오(李鳳彪)는 정년인 62세까지 아직 3년이나 남았음에도 올해 6월 퇴임했다. 그의 후임 쥐첸성이 이번에 상장으로 진급했다.
리펑뱌오는 바닥에서 시작해 공수부대 사단장, 군단 참모장, 군단장을 거쳐 2016년 청두군구 부사령관이 됐고, 2016년 중부전구 부사령관 겸 참모장, 2019년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으로 승진했고 또 상장으로 진급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이기도 하다.
아직 은퇴할 나이가 아닌 리펑뱌오가 왜 미리 물러났는지 아직까지 확인된 정보는 없다. 곧 62세가 되고 또 승진할 자리도 그리 많지 않아서 정상적으로 교체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추정은 후임 쥐첸성이 리펑뱌오보다 몇 달 먼저 태어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쥐첸성은 일찍이 총참모부 기술정탐부 부부장을 지냈으며 2018년 전략지원부대 인터넷 계통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2019년 중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6월 사령관으로 승진했는데 이번에 상장으로 진급했으니 아주 빠른 승진이라 할 수 있다.
중국군의 전략지원부대는 우주, 인터넷 및 심리전을 책임지는 곳으로, 인터넷(사이버)시스템 부사령관이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으로 승진한 것 역시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62세가 넘은 쥐첸성이 그보다 젊은 리펑뱌오의 자리를 꿰찬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리펑뱌오가 다른 중요 보직을 맡았거나 뭔가 일이 생겼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시진핑이 인터넷부대의 격을 높여 미국과 큰 규모의 사이버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과 서방 각국이 중국공산당에 대한 과학기술 봉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의 인터넷 해킹은 의심할 바 없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외에도 막 남부전구 사령관으로 부임한 왕슈빈이 이번에 상장으로 진급하면서 퇴직한 전 사령관 위안위바이(袁譽柏)를 대신했다. 위안위바이는 중국군 5대전구 사령관 중 유일한 해군 출신이다.
그는 일찍이 칭다오 잠수함기지에서 사령관을 지낸 적이 있고 나중에 북해함대 사령관이 됐다. 2016년 이후 북부전구 부사령관 및 해군사령관을 겸직했고 2017년 남부전구 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겨 최초의 해군 출신 전구 사령관이 됐고, 올 6월 은퇴했다.
남부전구의 주요 작전 구역은 남중국해로, 최근 가동에 들어간 2척의 075형 수륙양용 상륙함을 포함해 중국 항공모함 산둥호(山東號)가 하이난 싼야기지에 배속돼 있고, 이외에도 중국군 전략핵잠수함의 주요 기지가 이곳에 있다.
따라서 해군 출신이 남부전구 사령관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후임 사령관 왕슈빈은 오히려 육군 출신이다. 2016년 군 개편 후 동부전구 육군 제1집단군 군단장을 지냈고, 2017년 편제 개편으로 제1집단군이 제80집단군으로 개편돼 제80집단군 군단장이 됐다. 2019년 동부전구 부사령관 및 참모장으로 승진했고 12월에는 중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왕슈빈이 다시 남부전구 사령관으로 승진하면서 중장 승진 1년 반 만에 상장으로 빠르게 진급했다. 하지만 남부전구 사령관이 해군 출신에서 육군 출신으로 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만약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아마 해군과 공군이 주역이 될 것이다. 육군 출신 왕슈빈이 남부전구 사령관을 맡았으니 베이징 당국의 군사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단언하기 힘들다. 그가 발탁된 것이 정치적 충성심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장으로 진급한 류전리는 육군사령관 한웨이궈(韓衛國)가 은퇴한 후 보직을 승계한 것이어서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인다.
진급식을 5일 중국공산당 창당기념행사 이후 조용히 치른 것은 서부전구와 전략지원부대 책임자가 심상치 않게 교체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마도 중국군에 좋은 소식이 아닐 가능성이 커서 일련의 경축 활동 속에 배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혹자는 7월 1일 시진핑이 천안문 성루에서 웃음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일부 고위 장성들이 시진핑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진핑은 군권을 장악한 후 끊임없이 기존의 군관(軍官) 체계를 정비하고 군 개편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재편성한 효과는 확실히 있었지만, 인물은 여전히 예전 군관들 중에서 발탁해야 했기 때문에 인적 쇄신은 한계가 있었다. 서둘러 새로운 인물을 일부 발탁하긴 했지만, 어쩔수 없이 동서남북 전구의 군관들을 맞바꿀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군구 또는 군종(軍種) 책임자 교체의 배후에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갈수록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이 군관 진급의 최우선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이 보여주다시피 군권을 둘러싼 시진핑의 근심은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지 않았다.
/스산(石山)·중국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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