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연구소, 코로나19 ‘유사’ 바이러스 7년째 보관해왔다

한동훈
2021년 07월 01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1년 07월 08일 오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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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윈난성의 모장 폐광서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 ‘RaTG13
7년간 은밀히 보관하며 연구성과만 발표…출처 감추는 패턴 반복
코로나19 터진 뒤 명칭 바꿔 공개했다가 들통나자 궁색한 해명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장 스정리(石正麗·56) 박사는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기능획득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 연구소의 2013~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실적을 살펴보면 모두 스정리 박사의 발견이나 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숙주 동물인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스는 스정리 박사의 연구 인생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이전까지 현장 연구를 선호하던 스정리 박사는 사스 발발 이후 실험실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당시 중국의 바이러스 실험실은 생물안전 2등급이 최고였지만, 이후 프랑스의 도움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세계 최고등급인 4등급 실험실이 들어섰다. 스정리 박사는 이곳에 틀어박혀 ‘기능획득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바이러스에 당초 없었던 ‘기능’을 탑재하는 연구다. 주로 치명성을 높이거나 감염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진다.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 연구에 대한 지원을 규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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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상공 사진. 왼쪽의 둥근 기둥 형태 부속 건물이 생물안전 4등급(P4) 실험실이 들어선 연구시설이다. 2020.5.27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배트우먼’ 스정리 박사

스정리 박사는 특히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 ‘박쥐 여인’으로도 불린다. 그녀는 2004년 사스의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 나부에서 박쥐 샘플을 채집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박쥐 연구의 길에 들어섰다.

스정리 박사는 2005년 한 인터뷰에서 “특정 종류의 박쥐들은 천연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숙주이며, 이 바이러스들은 사스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연구팀은 사스의 기원을 수년간 추적하면서 다양한 샘플을 수집했고 이 샘플들은 모두 우한바이러스연구소로 보내졌다.

2007년 12월 12일, 스정리 박사 연구팀은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HIV 기반의 슈도바이러스(병원성이 없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어떻게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를 감염시키고 공격하도록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스정리 박사가 이끄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중국과학원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야생에서 수집한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하고 있다는 첫 신호였다.

3년 뒤인 2010년 6월 스정리 박사는 2007년 연구 성과를 토대로 박쥐 바이러스 샘플을 조작해 인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상호작용 여부를 실험한 논문을 공동 저술했다. 이 연구에서는 몇몇 주요 아미조산 조각(잔기·residues)을 교체해 박쥐 바이러스의 ACE2 수용체 감염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정리 박사팀은 2011년부터 12개월간 중국 윈난성 쿤밍시의 스터우(石頭) 동굴의 박쥐 서식지에 대해 조사했다. 스터우 동굴은 박쥐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같은 시각, 스정리 박사팀과 300km 떨어진 윈난성 모장(墨江)의 버려진 한 구리광산 갱도에서는 6명의 인부가 박쥐 배설물을 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2년 4월, 6명의 인부는 폐렴과 유사한 질병으로 중태에 빠졌고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이 박쥐 배설물을 치우고 있었다는 건 알려졌지만, 이들이 왜 버려진 광산을 청소하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딴 광산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다가 심각한 질병에 걸린 6명의 인부들. 마치 고립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물 같은 이 기이한 사건에 대해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중국 언론들이 마치 단체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며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마침 운 좋게도 같은 윈난성을 탐색하고 있었던 스정리 박사팀은 곧바로 연구 중심지를 해당 광산이 위치한 모장으로 옮겼고 이후 2년을 광산 갱도에 서식하는 박쥐들로부터 샘플을 수집하는 데 보냈다.

이 샘플들 중 하나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는 훗날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모장 동굴에서 박쥐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하는 과정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엄청난 수량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박쥐 배설물에서 채집한 단 하나의 샘플만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정리 박사팀은 이 바이러스를 ‘RaBtCoV/4991’(Ra4991)로 명명했다.

미국의 전염병 연구단체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대표 피터 다작 박사는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Ra4991’ 발견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샘플을 채집한 1만6천여 마리의 박쥐들 중 하나였다. 배설물 샘플이었는데 튜브에 넣은 뒤 액체 질소로 냉동해 실험실로 가져갔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작은 조각들을 짜맞추며 유전자 서열을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다작 박사가 모장 광산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수집과 유전자 서열 재구성 연구에 직접 참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샘플을 이용한 연구 논문에는 그의 이름이 공동 저자로 올려져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미 국립보건원 기금을 받아 우한연구소의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지원했다. 다작 박사 자신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 일원으로 우한 현지 조사에 참여해 ‘셀프 조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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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을 이끄는 피터 다작 박사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도착해 언론 취재에 응하고 있다. 2021.2.3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바이러스 샘플 입수처, 밝히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2012년까지 스정리 박사의 활동을 살펴봤다. 그녀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윤곽은 2013~2020년 사이 유명 과학학술지에 실린 5개의 논문과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정리 박사와 다작 박사는 2013년 10월 30일 발표한 논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ACE2 수용체를 사용하는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Bat SARS-like coronavirus)의 분리와 특성화를 강조했다.

이 논문에서는 “중국관박쥐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천연 저장고이며, 어떤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 감염되는 데 중간숙주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강력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스정리 박사와 다작 박사의 2013년 논문은 박쥐에서 인간으로 직접 전염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논문은 또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1호의 약어로 추정되는 ‘WIV1’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살아있는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초 격리 기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바이러스는 관박쥐에서 채취한 배설물 샘플에서 격리됐다.

2013년 논문 발표 전까지 스정리 박사는 거의 2년간 모장 광산에서 박쥐 샘플을 채취했다. 하지만 그녀의 논문에 2012년 해당 광산에서 발생한 폐렴이나 인부들의 발병과 죽음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아울러 이 논문에서는 모든 연구 성과가 “중국 윈난성 쿤밍의 한 지점” 즉 스터우 동굴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장 광산과 무관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스정리 박사는 후속 논문인 2015년 11월 논문에서도 모장 광산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랄프 바릭 교수 등이 참여한 이 논문에서 관박쥐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바이러스는) 사람의 기도 상피세포에서 효율적으로 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바이러스의 출처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고, 각주를 통해 자신의 2013년 논문을 인용하면서 “쿤밍의 단일한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모장 광산이 아닌 스터우 동굴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스정리 박사는 2013년과 2015년 논문에서 모두 의도적으로 모장 광산의 존재와 그곳에서 2년간 박쥐 샘플을 채집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이는 그녀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바이러스의 기원을 은폐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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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바이러스연구소 내부에 설치된 한 철제 우리 안에 살아있는 박쥐가 보인다. | 2017년 중국과학원이 공개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선전 영상 화면캡처

하지만, 그녀는 2015년 논문 발표 후 약 석 달 만인 2016년 2월 발표한 세 번째 논문에서 2012~2013년 중국 윈난성 모장의 폐광에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조사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폐광에서 숨진 인부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정리 박사는 이 논문에서 “모장의 폐광 갱도에서 채취된” 276개의 박쥐 배설물을 조사해 ‘Ra4991’이라고 불리는 바이러스 샘플을 얻었다고 밝혔다.

2017년 스정리 박사팀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네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윈난성 쿤밍시의 박쥐 서식에 대해 5년간(2011년 4월~2015년 10월) 종적 추적한 연구 결과가 주된 골자였다.

스정리 박사팀이 밝힌 박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미래에 발생할 전염병’을 미리 연구해 대책 수립을 돕기 위함이다. 이는 미국의 전염병 예방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가 그녀의 연구에 미국 정부자금을 끌어다 대준 이유이기도 했다.

연구 핵심인 ‘인체 감염성이 가장 큰 박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장의 폐광에서 수집된 샘플 ‘Ra4991’이었다. 그런데 2017년 논문에서 스정리 박사는 쿤밍시의 박쥐 서식지인 스터우 동굴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시선 분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0년이 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다. 박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성을 수년간 연구해 온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위치한 바로 그 우한에서 말이다.

스정리 박사는 2020년 2월 3일, 자신이 가진 바이러스 표본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비교한 결과 바이러스 샘플 ‘RgTG13’가 96.2%를 나타내 가장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RaTG13’에 대해 “윈난의 박쥐에서 추출한 표본”이라고 설명했지만 모장 광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학계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RgTG13’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고, 몇 주 뒤 이탈리아의 한 미생물학자는 RgTG13의 염기서열 일부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2016년 논문에 등장한 ‘Ra4991’와 동일하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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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안요원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이 현장 조사를 위해 방문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부근에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2021.2.3 | Ng Han Guan/AP Photo/연합

스정리 박사는 2020년 7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보낸 답변서에서 ‘Ra4991’과 ‘RgTG13’은 동일한 바이러스 샘플이며 수집한 시간과 장소를 나타내기 위해 편의상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스정리 박사가 수년간 그대로 유지하던 ‘Ra4991’ 샘플명을 바꾼 것은 마침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2월이었다. 두 샘플명의 결정적인 차이는 ‘모장 폐광’의 꼬리표가 붙었는지의 여부다.

스정리 박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직후인 2020년 2월 초, 자신이 2016년 논문에서 모장 채취 사실을 밝힌 바이러스 샘플 ‘Ra4991’의 이름을 ‘RgTG13’으로 변경하고 곧바로 ‘RgTG13’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96.2%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RgTG13’에 대해서는 모장 폐광의 박쥐에서 채취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윈난의 박쥐’라고만 했다. 만약 이탈리아의 연구자가 ‘RgTG13’과 ‘Ra4991’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모장 폐광은 또다시 언급되지 않고 그대로 덮힐 뻔했다.

스정리 박사는 2020년 11월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추가적인 사실이 밝혀지자, 2020년 2월 논문을 업데이트하며 바이러스 샘플 ‘RgTG13’이 모장에서 보내졌다는 사실을 추가했지만, ‘모장 광산(Mojiang mine)’ 대신 ‘광산 동굴(mine-cave)’, ‘동굴(cave)’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는 그녀가 모장 광산 대신 박쥐 샘플 채취 장소로 강조한 스터우 동굴과 비슷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스정리 박사팀이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내놓은 5편의 논문 중에서 모장 폐광과 연관성을 밝힌 논문은 2016년 발표된 단 1편뿐이다. 나머지 논문에서 스정리 박사는 쿤밍의 유명한 박쥐 서식지 스터우 동굴을 샘플 출처로 언급했다.

스정리 박사가 왜 그토록 모장 광산을 감추고 싶었는지, 2012년 4월 그곳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던 6명의 인부가 심각한 폐렴에 걸렸고 그중 3명이 숨진 사실을 왜 숨기려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정리 박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 ‘Ra4991’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최소 7년 이상 조용히 보관하고 있었고, 그녀가 발견한 것들의 진정한 기원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에필로그: 스정리 박사와 실험실 유출설

2020년 초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생지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지목되고, 곧이어 이 시장과 가까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한 ‘유출설’이 불붙자 스정리 박사는 같은 해 2월 초 SNS를 통해 “내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주 뒤인 2월 18일 스정리 박사팀의 2013년, 2017년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린파 왕(Linfa Wang) 싱가포르 소재 듀크-NUS 의대 교수를 비롯해 8개국 출신 과학자 27명은 의학 전문지 ‘란셋(Lancet)’에 “실험실 유출설은 음모론”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연구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서둘러 발표된 성명이었지만, 이들의 권위에 힘입어 ‘코로나19 자연 발생설’은 그대로 과학계 정설이 됐다. 이후 주요 언론과 학계,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연 발생설이 아닌 의견은 대중을 현혹하는 음모론으로 배척됐다.

한편, 올해 6월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의 심층취재에 따르면, 이들 과학자 27명의 자연발생설 공동성명 뒤에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위험한 실험’에 돈을 대던 에코헬스 대표 다작 박사의 신속한 움직임이 있었으며, 성명 참여자 중 6명은 에코헬스와 관련됐다.

* 이 기사는 제프 칼슨, 한스 만케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