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대중매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우한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허구를 전 세계가 믿고 받아들이도록 선전했다는 사실을.
최근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Vanity Fair)’는 코로나19가 우한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허구적 주장을 언론이 어떻게 ‘사실’로 만들었는지 규명하는 심층취재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이런 진지한 기사와 거리가 먼 패션·문화잡지이지만, 캐서린 에반 기자는 철저한 조사와 검증된 출처를 인용해 탐정소설 형식으로 이 사건을 파헤쳤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 신종코로나가 우한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언론의 합의 겸 과학적 결론은 어떻게 내려졌을까?
답은 권위있는 과학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실린 저명한 바이러스학자들이 서명한 단체 성명문이다. 이 성명문은 신종코로나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생·유출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완강히 거부하고 비과학적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이 성명문은 마치 “과학을 따라야 한다”는 훈계조로 우한 시장 자연발생설을 내세우는 한편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주장한 톰 코튼 상원의원 같은 사람들을 ‘정치적 주장을 펴는 비과학적 인물’로 비난받게 만들었다.
란셋에 실린 ‘과학자들’의 공동성명으로 인해 이후 코튼 의원은 ‘신빙성 없는 이론’을 신봉한 ‘괴짜’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단지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한 사람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잘못된 이론을 퍼뜨린 사용자들을 제한하거나 플랫폼에서 지우거나 쫓아냈다. 그 제재는 단호하고도 신속했다.
페이스북은 진위 검증단인 ‘팩트체커’팀의 권고에 따라 신종코로나의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게시물 수천만 개를 일방적으로 삭제했다.
하지만, 배너티 페어 기사의 초점은 이 같은 사회적 파장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촉발한 ‘란셋 성명문’이 만들어진 은밀한 메커니즘에 놓여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이 기사에서는 미국 정부의 연구보조금을 지원받는 동물학자 피터 다작(Peter Daszak) 박사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파고든다.
다작 박사는 중국 우한 현지로 파견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조사팀에 참여한 유일한 미국인이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든 시민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의 대표다.
이 단체는 연구비를 지원해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랄프 바릭(Ralph Baric) 역학과 교수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팀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성과 치명성을 높이는 ‘기능획득 연구’를 벌이도록 했다.
연구의 표면적인 목적은 바이러스를 더 잘 이해해, 미래에 ‘자연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한 더 나은 치료법을 사전에 개발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연구는 매우 위험하다. 바이러스가 사고나 과실을 통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비롯해 중국의 미생물학 연구소의 허술한 관리는 이미 몇 차례 유출 사고로 입증된 바 있다.
또한 ‘치료제 개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군사적으로 악용돼 강력한 생화학 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한 활동의 중심에 있던 다작 박사는 신종코로나가 세계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재빨리 바이러스 학자들을 규합해 신종코로나의 자연발생을 선언했다.
선언에는 어떠한 타당한 과학적 증거도 없었다. 유명한 과학자들이 이런 선언문에 서명했다는 건 매우 의아한 일이다.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바로 ‘돈’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 다작 박사와 같은 인사들,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와 같은 단체는 미 전국에 걸쳐 여러 연구자와 연구기관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진행한 위험한 실험에 돈을 대던 다작 박사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자신과 재정적으로 긴밀한 학자들을 동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수백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번 팬데믹과 관련된 연구에 종사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배너티 페어에 따르면, 다작 박사는 란셋 성명서를 발표할 과학자 그룹을 조직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은 감추고 싶어 했다. 그는 바릭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와 바릭 교수 모두) 성명서에 서명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래야 성명서와 우리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생겨 역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썼다.
다작 박사는 또 “우리는 성명서와 별도로 독립적인 목소리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릭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는 이기적으로 보이고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결과적으로 바릭 교수는 란셋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다작은 서명했다.
배너티 페어에 따르면, 성명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 적어도 6명은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에서 일했거나 지원받았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이들은 바이러스 대유행이 발생하자, 과학자로서 상황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타당성 없이 ‘과학적’ 합의를 도출해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성명이 대중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협력했다. 게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위험한 연구에 협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는 란셋에 실린 ‘과학자’들의 성명을 명분으로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 임기 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앞장서서 추진한 국무부의 신종코로나 기원 조사를 중단시켰다.
조사 중단에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위험천만한 바이러스 ‘기능획득 연구’를 후원하는 일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미국 보건당국자들을 비롯한 정부관리들의 묵인 내지는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21세기의 대참사로 기록될 코로나19 대유행 이면에는 자신이 연루됐음을 숨기고 싶은 미 정부 관리, 과학자 그리고 이들과 한통속이 된 언론, 방송계 거물들의 공동 노력이 있었다.
이 여파로 코로나19가 우한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했다. 진짜로 발생한 일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방해를 받았다.
이제 우리는 진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쩌면 영원히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으며 막아내기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네시 디수자·시사 팟캐스트 진행자 겸 영화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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