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속 중국경제③]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이 일으키는 논란들

왕허(王赫)
2021년 05월 28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TextSize
Print

중국 경제는 1978년부터 2020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국내 총생산(GDP)은 3679억위안(64조4천억원)에서 101조6천억위안(1경7800조원)으로 270배 증가하면서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에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7%에서 17%로 커졌다.

중국 지도부는 경제 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견해를 나타낸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발전관은 적잖은 사회적, 경제적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UN)의 ‘두 번째 발전 10년(1970~1980)’ 보고서에서는 (경제)발전을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닌 사회제도와 사회구조의 변화, 사회복지시설의 개선과 같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발전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약속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과정이자 사람들이 진정으로 누리는 경제적 자유와 각종 권리의 확대 과정”이라며 ‘자유를 근거로 발전을 바라보는 발전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른다면 지난 40년 중국 공산당이 주도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1991년 중국과 일본 경제 격차는 사상 최대였다. 중국의 GDP는 일본의 11.9%에 그쳤다. 당시에는 20년 후에 중국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이 같은 폭발적 성장 뒤에는 일반적인 부작용을 뛰어넘는 결함들이 존재하고 있다. 양극화, 취약한 중산층, 은행권 부실대출, 사회주의 이념에 따른 불균형적인 규제, 거대한 관료사회의 전반적인 부패, 환경 파괴 등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하는 대신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는 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와 개발도상국 인정 논란이다.

중국 경제에 관한 논쟁1 : 시장경제지위

중국은 외국과의 교역에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난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주장대로 시장경제가 아닌 것으로 결정이 났다.

시장경제지위는 한 국가의 원자재와 제품 가격, 임금, 환율 등이 정부의 개입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갖췄음을 교역 상대국이 인정할 때 부여하는 지위를 가리킨다.

시장경제지위 인정은 경제적 의미가 크다. 시장경제가 아닐 경우, 교역 상대국은 중국이 과도하게 싼 상품을 수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의미는 더 크다. 국제사회가 중국 공산당의 개혁을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

마오쩌둥 시대, 중국 경제는 대약진 운동으로 대표되는 대형 실책이 겹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중국은 살아남기 위해 개혁개방과 시장화를 거쳤고 2001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후원으로 WTO에 가입해 143번째 회원국이 됐다.

중국은 WTO 가입 당시 ‘중국의 WTO 가입 인정서’ 제15조에 따라 비(非)시장경제지위를 15년 동안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2016년 12월 비시장경제지위 유지 기간 만료가 돌아왔지만 미국과 EU, 일본은 중국이 자동적으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는 것에 반대했다. 중국이 WTO 가입 시 약속한 일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아직 시장원칙에 따른 충분한 개혁을 하지 못했다”며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등 산업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과잉생산, 많은 산업부문의 중공의 국가소유제 등 중공의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균형 문제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 일본의 반대에는 중국이 경제개혁과 개방의 궤도를 벗어났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이에 격분한 중국 공산당은 WTO에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패소였고 이후 중국은 관련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것을 포기했다.

중국 경제에 관한 논쟁2 : 개발도상국

중국은 현재 G2로 올라섰고, 최대 제조업 국가 및 최대 교역국, 주요 자본수출국이다

중국은 경제 이야기만 나오면 자화자찬을 감추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 주장한다.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WH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가 인정되면 WTO 협정의 완전 이행까지 선진국보다 좀 더 긴 이행기를 둘 수 있다. 또 관세와 보조금 등에서 선진국보다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국제기구에서 납부금이 할인된다. 반대로 선진국에는 여러 의무가 부과된다.

파리기후협정의 경우, 에너지절약 및 배출 감소 측면에서 선진국들에 대한 제한은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훨씬 가혹하다.

또한 세계은행은 매년 막대한 무이자 대출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및 농업생산·교육·의료를 지원한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은행의 최대 대출국이다. 2016년 중공은 세계은행이 설정한 ‘졸업’ 소득의 한계치인 1인당 국민총소득 6,895달러를 넘어섰지만, 세계은행 산하 국제부흥개발은행(IRBRD)은 여전히 중공에 78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혜택을 모두 누리면서도 ‘중국제조 2025’, ‘중국표준 2035’를 내놓으며 기술패권 야욕을 드러내 미국과 EU의 분노를 샀다.

중국 공산당 산하 군사위원회 예산(군비 예산)은 세계 2위로 아시아 전체 군비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은 매년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씩 대출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자국 경제 발전에 쓰라고 준 자금을 군비 확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시 외국에 퍼주는 식이다.

이러한 중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현 WTO 체제에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정의하는 기준이 없이 각국에 자율적인 선택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허점을 찌른 중국의 꼼수를 미국은 WTO 개혁을 통해 바로잡으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WTO 개혁안은 ‘개발도상국을 자청한 회원국’에 대한 특혜 삭감 등을 제시했다.

다만 모든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혹은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회원국, 세계 무역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로 제한한다.

실제로 대만(2018년), 한국(2019년 10월 25일), 브라질(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희망) 등 국가들은 WTO에서 개발도상국 대우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2020년 2월 개발도상국 인정 국가 리스트를 갱신하면서 중국·홍콩·인도 등 25개국을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경제력을 앞세워 외국에 부당한 압력

시장경제지위 부여, 개발도상국 유지가 중국이 국제사회를 향해 발산하는 거시적인 위협이라면, 경제 압박은 더 직접적인 위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과 워싱턴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호주가 중국의 경제적 협박에 홀로 맞서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관계 회복의 중대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었다.

호주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 것은 2020년 4월 국제사회에서 최초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은 호주 최대 교역국이며, 호주 수출량의 3분의 1을 중국이 책임진다.

그러나 1년간의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호주에 가한 타격은 미미했다. 농축산물 수입을 중단했지만, 호주 수출산업의 핵심인 철광석 수입은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철광석 수출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며 중국의 제재를 무색게 했다.

경제 압박은 공산주의 중국의 상투적인 수단이다. 2016년 한국이 사드 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하자, 중국은 한한령, 롯데그룹 불매, 한국여행 금지 조치로 한국에 ‘삼불일한 (三不一限)’ 약속을 이행하도록 압박했다.

삼불일한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위해 ‘사드’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다.

1992년 프랑스가 대만에 ‘미라주 2000-5’ 전투기 60대를 판매하려 하자 중국 공산당은 20억 달러의 구매 약속을 제안하며 계약을 포기시키려 했다. 그러나 실패하자 프랑스와의 대형 협력사업을 일부 취소하고 차관급 이상의 왕래를 통제해 보복했다.

중국이 제시하는 경제 원조의 함정

경제 압박이 ‘때리기’라면, 중국은 ‘끌어오기’도 수법도 구사한다. 막대한 경제원조를 통해 상대방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식이다.

스리랑카에 건설된 함반토타항의 경우, 스리랑카가 빚을 상환하지 못해 함반토타 항구와 인근 1만5000 에이커의 땅을 99년간 중국 자오상국 항만공사에 임대하게 됐다.

미 윌리엄메리 칼리지 산하 연구기관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3월 ‘중국의 대출 방법’ 보고서에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국유기업과 24개 개발도상국 정부 간 투자계약 100건을 분석해 다음과 같이 3가지 결론을 내렸다.

△중국과의 계약은 매우 광범위한 비밀조항이 포함돼 약관 내용, 심지어 차관 제공 사실조차 비공개로 하고 △중국과의 계약은 통상 중국 국유은행을 우선순위 채권자로 지정하며 △차입국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관을 취소하거나 조기 상환을 촉구한는 조항을 넣어 차입국의 내정과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당한 수단으로 경제 폭발을 일으킨 공산주의 중국은 진정한 시장경제로 진입하지 못했으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 특혜를 고집하고, 경제 압박과 빚의 덫을 외교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런 정권은 세계의 기회일까 위협일까.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