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언, 선거 감사팀에 투표시스템 비밀번호 제공 거부

한동훈
2021년 05월 15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5일 오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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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투표 시스템과 마리코파 카운티 공무원들이 전자개표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애리조나주 상원 선거감시팀의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캐나다 전자선거시스템 업체 도미니언은 1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감사에 응하겠다”면서도 상원 선거감사팀을 주도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버 닌자스’가 미 선거지원위원회(EAC)의 인가를 받지 못한 업체라고 지적했다.

도미니언은 “사이버닌자스처럼 인가를 받지 못한, 편파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업체에 도미니언의 지식재산을 제공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회사의 상업적 이익과 국가의 선거 보안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도미니언의 전자 투표시스템의 전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관리자 계정 접속 비밀번호는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선거 감사에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마리코파 카운티 감독위원회의 선거 관리 공무원들이 해당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며, 비밀번호는 도미니언 직원만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선거 감사팀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가 꼭 필요하며, 이는 선거 증거물 소환장에서도 요구하고 있는 증거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카운티 측은 선거 관리에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30일, 애리조나주 선거 관련 청문회에서는 카운티 공무원들이 아니라 2명의 도미니언 직원들이 선거를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도미니언은 관리자 계정은 펌웨어(firmware·하드웨어를 제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 관리에 필요하며, 선거 운영과는 무관하다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이날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애리조나 상원의 의뢰를 받아 선거 감사를 시행하는 4개의 민간업체 중 리더격인 사이버 닌자스가 연방정부 비인가 업체라는 점도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이유로 들었다.

미국은 주(州)마다 민간 전자투표시스템 업체와 장비·소프트웨어·기술 지원 계약을 맺고 선거를 운영하고 있다. 미 포브스에 따르면, 도미니언 장비는 지난 2017~2019년 미국 19개 주 133개 지방정부에서 사용됐다. 2020년 선거에서는 도입 지역이 더 늘어났다.

선거 운영에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가 필요 없다는 도미니언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책임지는 카운티 공무원들이 관리자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공화당 쪽에서 나오고 있다.

상원 선거 감사팀 연락 담당관 켄 베넷 전 애리조나주 국무장관(공화당)은 피닉스 시의 재향군인 기념관에 마련된 감사 현장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운티 공무원들은 가지고 있는 모든 비밀번호를 제공했으며, 2차 비밀번호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인터넷 공유기(라우터)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이 라우터는 선거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사용된 장비다. 감사팀은 투명한 감사를 위해 라우터 감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운티에서는 라우터나 라우터 가상 이미지(내부 데이터를 사진 찍듯 저장한 파일)를 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애리조나주 상원은 지난해 말 라우터를 포함해 선거장비에 대한 증거물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카운티는 해당 소환장이 위법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내며 저항했다.

결국 지난 2월 담당 법원 판사는 소환장은 합법이라며 카운티 측에 즉각 증거물을 제출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카운티는 “민감한 정보 유출”을 이유로 라우터를 내주지 않으며 버티고 있다.

이에 캐런 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소환장 집행 불응 시 카운티 공무원들을 청문회에 소화하겠다며 압박했지만, 지난 12일 이를 철회하고 카운티 감독위원회(행정부 격)의 잭 셀러스 위원장에게 자발적으로 의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 해결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셀러스 위원장이 상원의 선거 감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그가 같은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 안팎의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캐런 판 원내대표는 이날 “재검표 과정에서 200표여야 할 투표지 묶음에서 실제 투표숫자는 165표였으며, 이 중 1표는 실제 기표와 전자 개표기에 기록된 기표가 달랐다”며 재검표 작업 현황을 일부 소개했다.

또한 ‘전체 결과 집계와 보고’를 나타내기 위한 원자료인 2020년 선거용 데이터베이스 전체가 삭제된 것을 발견했고, 서버를 포함해 모든 장비에서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리코파 카운티 감독위원장 잭 셀러스는 13일 “의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면서 “서버에서 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범죄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캐런 판 원내대표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셀러스 위원장은 “상원이 보낸 문건을 카운티 선거 공무원, 정보통신(IT) 전문가들과 검토한 결과, 데이터베이스가 삭제됐다는 것은 허위 주장이며, 틀린 정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 직원들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금요일 비공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이사회는 월요일에 공개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애리조나의 공화당 대변인인 판과 연락팀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poch Times Photo
애리조나주 상원의 의뢰로 선거 감사 진행 중인 사이버 닌자스 고용자들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재향군인 기념관에서 2020년 선거 투표지를 조사하고 재검표하고 있다. 2021.5.6 | Matt York/Pool/AP Photo 연합

이번 선거 감사는 마리코파 카운티의 2020년 선거 총 투표지 208만 장에 대한 전면 수작업 재검표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작업은 잠시 중단됐다. 애리조나주 상원이 재검표장으로 임대한 피닉스시 재향군인 기념관 대여 기간이 지난 14일 만료됐기 때문이다. 재향군인 기념관에서는 15일 당초 예정했던 인근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다.

다만, 상원은 장소 임대계약을 연장해 오는 23일부터 포렌식과 재검표 작업을 재개한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임대계약서에 따르면 임대기한은 다음 달 30일까지다.

상원은 투표지와 선거장비들을 당분간 기념관 내 별도 건물에 23일까지 보관하기로 했다. 보관 시설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24시간 온라인 생중계하는 등 보안성과 투명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상원 연락 담당관 베넷 전 국무장관에 따르면, 1차 장소 임대계약 만료일인 지난 14일까지 재검표 작업은 총 208만 장 중 약 50만 장을 완료해 진행률 약 24%를 기록했다.

진행 작업이 예정보다 더딘 것은 감사업체들이 재검표 인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업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 초기, 마리코파 카운티 측이 정보유출 우려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시작이 며칠 지체된 점도 작용했다.

베넷 담당관은 다음 달 30일 장소 임대계약 만료와 관련해 “선거 감사는 마감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마무리할 것”이라며, 기한 내에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추가 연장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도미니언과 사이버 닌자스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응답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