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공, 지난해 말 투자협정 체결 합의
유럽의회 비준 받아야 발효…논의 중단
유럽연합(EU)이 중국과 투자협정 비준 논의를 중단했다.
EU 집행위와 관리들은 중국 공산당(중공)이 EU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 EU는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공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했다. 이에 중공은 유럽의회 의원 등에 대해 보복성 제재를 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중공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유럽의회는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며 EU-중국 투자 협정 비준을 위한 노력을 늦췄다고 보도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비준 절차는 좀 더 넓은 EU-중국 관계 역학의 진전과 분리될 수 없다”면서 중공이 EU 관리를 제재해 보복한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
이어 추후 협정 비준은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중공은 경제, 군사 분야에서 지난 4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정치 제체와 인권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의 해체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U와 중공의 관계는 지난해 12월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은 중공의 신장 자치구,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에 우려를 나타냈다.
EU는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공 관리들을 제재했다. 톈안먼 사태 이후 40년 만의 첫 조치였다.
중공은 이에 반발해 EU 회원국 외교관, 유럽의회, 비정부 연구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한 보복성 제재로 응수했다. 중국 내 애국주의 극단집단은 유럽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중공이 국제 사회를 상대로 나날이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는 점 역시 EU 회원국의 강경한 대응을 자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U 내부에서 “중공과 관계에 있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EU 고위층에 전달된 ‘EU-중국, 전략적 전망 보고서’는 EU가 중국과의 무역에 있어 정치적 요소를 분리해서 접근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12월말 이뤄진 EU-중국 투자협정 타결 넉 달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완곡한 어휘 대신 강경한 어휘를 사용해 중국 문제에 있어 상황 변화를 나타냈다.
EU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료들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중국과 협정 비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인권을 희생해가면서 경제 교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EU-중국 투자협정은 집행위와 중공 사이에 타결됐지만, 효력을 발휘하려면 유럽의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