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려라” 홍콩 시위대 도발했던 중공 환구시보 ‘기자’, 토사구팽 당했다

강우찬
2021년 04월 28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1년 05월 03일 오후 8:30
TextSize
Print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당시 공항에서 시위대를 근접 촬영하면서 중국 공산당(중공) 관영매체 소속임을 밝혀 공격을 당했던 기자가 최근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뉴스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오늘자 헤드라인)’은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신문 환구시보 소속 푸궈하오(付國豪·30) 기자의 아버지 푸씨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푸씨는 매체에 “아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베이징에 더 머물 수 없어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공으로부터 토사구팽당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때 관영매체가 그를 영웅시했지만,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씨는 “아들이 환구시보와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을 떠난 것은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아들이 3년 가까이 환구시보에서 일하며 동료들과 즐겁게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 8월 13일은 역사가 됐고 환구시보는 지난 일이 됐지만, 아들은 목표를 잃지 않고 자기 길을 굳건히 걸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8월 13일은 푸궈하오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시위대를 밀착 취재하다 시위대에 구타당한 날이다.

그는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소개하며 기자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위대를 향해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하니 당신들은 나를 때릴 수 있다”고 소리쳤다가 시위대에게 제압당했다.

그의 도발은 적중했다. 이를 계기로 푸궈하오는 중국 관영 매체 등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22일 후시진 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홍콩 보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푸궈하오 등 기자들에게 포상했다”며 “푸궈하오가 최고상 10만 위안(약 1720만원)을 받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푸궈하오의 ‘영웅적 행위’를 비판한 인플루언서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인플루언서 ‘@써써호우(色色猴)’는 “중립을 지켜야할 기자가 분쟁에 개입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려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고의로 논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푸궈하오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37일간 구금된 것으로 의심된다.

두 사람은 해당 웨이보 글 게재 등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한 달 이상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나야 했다.

홍콩 에포크타임스는 현지 언론분석 등을 인용해 푸궈하오는 이름만 걸어놓은 기자로 ‘파시스트 정권’을 대표해 홍콩 시위대에 대한 비판을 유도하려 행동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아버지 푸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푸궈하오는 취재활동을 벌이는 진짜 기자가 아니라 ‘기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특정한 임무에 투입되는 임시 요원 성격에 가깝다”고 전했다.

홍콩 인터넷 매체 ‘이니시움’은 푸궈하오가 자신의 개인 웨이보 글을 모두 삭제했고 지난 2월 환구시보 기자명단에도 이름이 빠졌다며 “정식 기자 신분인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푸궈하오의 토사구팽은 그의 도발에 넘어가 ‘토끼사냥’을 당한 홍콩 시민들에 비하면 약과다.

“나를 때릴 수 있다”고 약 올린 푸궈하오를 공격한 홍콩 시민 3명은 현재 4년 3개월에서 5년 6개월 징역형을 복역 중이다.

한 네티즌은 “푸궈하오 사건은 중공의 저열한 수준을 드러냈다”며 “유치한 도발에 휘말리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하며 자멸하게 놔둬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