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총격사건에 목소리 커진 바이든, 총기규제 입법 촉구

이은주
2021년 03월 24일 오전 9:2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4일 오전 10:38
TextSize
Print

미국 조지아주와 콜로라도주에서 잇따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금지를 위한 입법을 의회에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는 이 나라에서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을 다시 한 번 금지할 수 있다”며 “내가 상원의원일 때 그렇게 했다. 그것은 통과됐고 오랜 기간 이어진 법이었으며 대량 학살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대용량 탄창은 일반적으로 10발 이상의 탄창을 장전할 수 있는 권총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사건으로 8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콜로라도 지역 민주당 상원의원인 마이클 베넷과 존 히컨루퍼는 하원에서 통과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을 상원이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베넷 의원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22일 성명을 통해 “의회가 치명적 무기들이 잘못된 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의미 있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 시기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우리 나라는 일주일 만에 두 번째로 만연한 총기 폭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너무 많은 가족들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비통함을 견디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재앙이 우리 사회를 계속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지금 필요하다”면서 총기규제 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총기 규제법에 대한 우려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총기 권리 단체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이 법을 준수하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최대 총기권 옹호 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는 22일 ‘무기 휴대의 권리’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제2조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해 총기 소유가 국민의 기본 권리임을 강조했다. 

1791년에 제정된 미 수정헌법 제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총기 권리단체 USCCA도 바이든 행정부의 총기 규제 법안이 1억 명 이상의 미국 내 합법적 총기 소유자를 범죄자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총기법 개정이 진작 이뤄져야 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개정은 법을 준수하는 책임감 있는 국민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기 규제가 범죄를 예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매번 총격 사건이 있을 때마다 위원회가 모여 이 같은 살인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법안을 제안하는 터무니없는 광경을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1일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확대‧강화하기 위한 두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첫 번째 법안은 미등록 판매자와 민간 거래를 통해 무기를 구입하는 사람까지 신원조회를 확대해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법안은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 기간을 3일에서 10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이 제안한 이 법안들이 하원을 통과한 것은 지난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후 처음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상황에서 법안들이 상원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상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법안을 통과하려면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발의한 205개 종류의 공격형 무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공격무기금지법이 만료된 지 17년이 지났고, 이 나라에서 총기 폭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법안은 생명을 구한다”고 했다.  

이어 “법안이 시행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총기 난사 사건은 수년 전에 비해 37% 감소했고, 이후 법안이 만료되면서 총기 사건이 183% 증가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