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이 공산당 이념과 충돌한다면 전 인간성을 지지할 겁니다.”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李銳)의 딸 리난양이 2017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리난양은 NTD의 중국어 프로그램인 포커스 토크와의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과 반성을 통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털어놨다.
리난양의 아버지 리루이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임원이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초기 멤버이자 공산당에게 탄압받고 공산당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기도 하다.
리루이는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내면서도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약진운동으로 3천5백만 명 이상이 기근으로 희생된 것은 마오쩌둥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 후 리는 당에서 추방돼 감옥에 갇혔고 8년 동안 독방에서 지냈다.
마오쩌둥 사망 후 리는 당 중앙 간부로 복권됐지만, 다시 수감됐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시위자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국에 긴급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의 딸은 중국 공산당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게 됐다.
당시 리난양은 중앙아메리카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안문 사건에 대해 외국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너무 충격적이어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중국 공산당은 수년간 그녀의 가족을 탄압했고 리루이는 20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조국에 대한 열정을 느꼈고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국민들을 학살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엔지니어인 미국 지인에게 “더는 중국 공산당을 위해 일할 수 없으니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그녀는 스탠다드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일기와 중국 공산당의 초기 역사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점차 중국 공산당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며 일기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서류 더미 속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찾았다. 매우 낭만적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그렇게 좋아하실 줄은 정말 몰랐다. 두 분은 정치적으로 심하게 다퉜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구제 불능의 적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리난양의 아버지가 탄압받을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도 연루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당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소위 남편의 ‘악행’을 중국 공산당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녀는 “부모님의 편지와 일기를 읽은 뒤 부모님이 왜 그렇게 행동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공산주의 혁명은 인간의 감정과 인간성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리난양은 “아버지의 작업 노트를 보고 중국 공산당이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역사도 알게 됐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 공산당은 반(反)볼셰비키 기간 동안 자국민을 살해했다. 중국 공산당 수립 당시 그들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이후 토지개혁 시기에는 사람들을 학살했다. 국민들의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시 공산당원치고는 그나마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던 후야오방조차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들의 세상은 살인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리난양은 “서양의 공산당 연구는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지 못한 채, 마치 고고학 연구처럼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솔직히 말해서 많은 사람들은 박사 학위나 교직을 얻기 위해 중국 공산당을 연구한다”며 “그들은 우리처럼 공산당 통치하의 삶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산주의 시스템을 증오하는 건 그들이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공산당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서양이 중국 공산당을 끌어들이면 그들과 마찬가지로 변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맑은 물이 진흙탕에 섞이면 탁하게 변하는 것과 같다”며 서양의 사회주의자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의 아버지는 2019년 베이징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중국 공산당의 붉은 깃발과 함께 고위층 공산당원 전용 묘지에 묻혔다. 그의 딸은 이를 거부했지만 소용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