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2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비영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한 일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넘어 세계 영화 역사에 새겨질 기록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당시 촬영 현장의 복지 수준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촬영에 참여했던 단역 배우 A씨는 “절대 하루에 10컷 이상은 안 찍는다”며 체육관 씬 촬영 날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체육관 씬은 물난리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체육관에서 임시로 지내는 장면이다. 이 씬를 위해 많은 인원이 동원됐다.
A씨는 “새벽 촬영이었는데 아침, 점심 식사 제공이 안 된다고 직접 준비하라고 했다”며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비닐 봉투를 나눠주더라”고 말했다.
제작부에서 출연자 전원에게 나눠준 비닐 봉투 안에는 주전부리를 포함해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 등이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막내 스태프에게 슬쩍 급여를 물었던 일도 화제가 됐다. 막내 스태프는 봉 감독에게 “미국이나 일본 영화 스태프와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영화 ‘기생충’은 스태프들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했다.
또 촬영 전 콘티를 전 스태프에게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동이나 실수를 줄였다. 막내 스태프까지 현장을 잘 이해하도록 배려한 것.
봉 감독은 “내가 고용관계에서 이들에게 갑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동을 이끌고 예술적인 위치에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나의 예술적 판단으로 근로시간과 일의 강도가 세지는 것이 항상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표준근로계약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영화제작일정을 지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기생충’은 국내 영화계에 표준근로계약을 준수하면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영화계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처음 도입한 것은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다. 이후로 표준근로계약서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