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 받은 후 3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난 60대 요양보호사

이현주
2021년 02월 04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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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거동 힘든 환자들을 돌본 60대 요양보호사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졌다.

이 요양보호사는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전하고 하늘로 떠났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정연순(60) 씨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과거 정연순 씨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요양보호사로 일한 정 씨는 지난달 26일 거동 불편한 노인 환자를 돌보다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이후 병원에 옮겼으나 뇌사 추정 상태에 빠졌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가족들은 평소 정 씨의 봉사 정신을 살려 기증을 하자고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정 씨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간과 신장(좌, 우), 조직 기증을 통해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숨을 거뒀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연합뉴스

정 씨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해 먼저 나서 일손을 거들었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정씨는 10여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일했다.

정 씨의 자녀는 “엄마가 항상 밝고 즐거운 성격으로 주변 사람을 많이 챙겼고, 우리에겐 누구보다 따뜻한 엄마였다”라고 말했다.

정 씨의 언니 또한 “쓰러지는 날까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간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정연순 씨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어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가니, 부디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하늘나라에서도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길 바란다”고 동생을 추모했다.

기증을 담당했던 오세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중부지부 코디네이터는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 역할을 충실히 하신 정연순씨 같은 분의 존재가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며 “고인과 가족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