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앞에서 구걸하는 노숙인을 한 달 동안 지켜보다가 다가간 사회복지사

서울 지하철 이수역 앞, 수개월간 이곳에서 노숙을 하면서 구걸하는 한 남성이 있었다.
누구도 그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유일하게 노숙인에게 다가간 한 여성이 있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50대 사회복지사였다.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서울 이수역 앞에서 노숙을 하던 36살 남성 최모씨의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약 3개월 전부터 이 자리에서 매일 구걸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가끔 돈을 주는 시민들은 있었으나,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런 최씨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이 있었다. 사회복지사 정미경씨였다.
그녀는 최씨를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최씨는 겁을 먹고 달아났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고, 한 달간의 노력 끝에 최씨의 사정을 알게 됐다.
사회복지사 정씨는 “처음에는 말을 거니까 도망을 가더라. 자기를 고기잡이 배로 끌고 가는 줄 알았다더라”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머니는 천국에 계시다고, 어머니의 몸은 집에 그대로 계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깜짝 놀란 정씨는 경찰과 함께 최씨의 집을 찾았다. 서울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최씨의 어머니가 숨진 채 있었다. 숨진 지 약 7개월이나 지났다.
조사 결과 최씨의 어머니는 지병으로 인해 지난 5월께 목숨을 잃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최씨는 시신이 훼손될까 두려워 이불로 꽁꽁 싸맨 채 어머니를 지키고 있었다.
최씨가 꼼꼼하게 시신을 밀봉한 탓에, 시신 발견 당시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어쩔 줄 몰랐던 최씨는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다가간 사회복지사 정씨 덕분에 이 사연이 알려진 것이다.


지자체도 최씨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최씨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2년 전부터 매월 20여만원씩 주거비를 받아왔다. 그러나 ‘근로 능력이 있는 일반 가구’로 분류돼, 지자체 점검은 1년에 한 번뿐이었다.
지난 3월,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용품을 받고 상담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주민센터 측에서 최근 쌀과 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최씨 자택에 찾아갈 계획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최씨 어머니가 숨진 지 7개월이 지난 뒤였다.
사회복지사 정미경씨는 “너무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모니터링을 하고, 사회안전망이 확립되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