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지선이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그를 그리워하는 동료들과 친구들은 한결같이 박지선을 ‘좋은 사람’ 이라 말했다.
늘 열린 마음으로 고민을 들어주던 친구였고, 주눅이 든 선배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던 후배였다.
가족에 애틋했던 딸이었고 외모에 대한 악플을 받으면서도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던 개그맨이었다.
그가 떠난 후, 그의 성품을 말해주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지난 3일, 한 대학생은 과거 박지선에게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털어놓으며 그를 추모했다.
사연에 따르면 글쓴이는 8년 전, 중학교 1학년 시절 박지선과 인연이 닿았다.
아빠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던 시기였다.
글쓴이는 아빠 병간호로 정신없는 엄마를 대신해 초등학생이었던 남동생 둘을 챙기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학교에 다니다 보니, 수업 시간에 졸다 혼이 나는 일이 일상이었다. 함께 놀자는 친구들의 말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글쓴이를 선생님이나 친구들 누구도 좋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일로 바쁜 데다 학교 가는 일조차 스트레스가 되다보니 학교 수업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국어 선생님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됐다.
국어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혼나는 글쓴이를 보며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네 얼굴에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 힘들어요.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 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어.”
이후 종종 국어 선생님과 면담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과 개그맨 박지선이 대학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
현실에 밀려 꿈이 사치라 생각했던 글쓴이에게 급식비와 문제집 비용까지 대신 내어주며 꿈을 꿀 수 있도록 격려했다.
하지만, 선생님 또한 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결혼까지 앞둔 상황이라 그런 지원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부담이 됐다.
글쓴이는 몇 번이나 선생님께 지원을 안 해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어찌어찌 선생님의 친구였던 박지선의 귀에까지 들어갔던 모양이다.
박지선은 얼굴도 모르던 글쓴이를 흔쾌히 뒤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박지선에게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박지선을 처음 만난 날, 글쓴이는 호칭을 고민했다.
선생님 친구분이니 ‘박지선쌤’으로 부르겠다고 하자 박지선은 밝게 웃으며 그러라고 했다.
한때 선생님을 꿈꾸었던 그였기에 글쓴이가 쌤이라고 부르는 걸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교에 입학한 글쓴이는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으면 꿈을 꾸도록 도와준 국어 선생님과 박지선에게 꼭 보답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국어 선생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글쓴이에게 “내가 있지 않냐”라며 안아주던 박지선도 이제 곁을 떠났다.
글쓴이는 박지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인사말을 전했다.
“8년 전, 그 한마디 그 사랑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중학생 때 제 집 앞에서 반찬을 싸 들고 환하게 웃고 계시던 두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해요. 지금도 내일도 항상 보고 싶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