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中 통일전선 조직 600개 미국서 암약…정권 전복 활동”

한동훈
2020년 10월 29일 오전 1:4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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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입 활동은 작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중국은 훨씬 더 크고 깊게 영향력 침투 활동을 진행해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미국을 전복하기 위한 시진핑의 비밀 계획'(Xi’s secret plans to subvert America)라는 제목의 장편 탐사보도를 최근호 커버 기사로 실었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인터넷판으로도 발행된 이 기사에서 뉴스위크는 4개월에 걸쳐 20여명의 분석가, 정부 관계자, 미-중 전문가를 통해 중국 공산당(중공)의 미국 침투를 상세히 분석했다.

중공과 산하 정부 및 관련단체는 미 연방정부·주정부·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인맥을 형성해 당 지도부의 정치적, 경제적 야욕을 채워왔다는 게 골자다.

미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윌리엄 에버니나 국장은 “미국의 정책 환경을 중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고,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 정치인에게 압력을 가하고, 중국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다른 데로 돌리거나 반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주의 정치분석가 겸 중공 전문가인 존 가넛에 따르면 이같은 채널에는 기업, 대학, 연구소, 사회·문화 단체, 화교 조직, 사교 모임, 중국어 매체, 위챗(중국 메신저) 등이 포함됐다.

정치·외교 분야만이 아니라 중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단체가 공산당 지도부의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별도의 조사를 통해 미국에서 이런 단체를 600여개 발견했으며, 해당 단체들이 모두 중공과 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공의 지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단체들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공통된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전선 조직은 중국 공산당의 ‘마법무기’

뉴스위크는 “중국은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간섭하는 계획의 실행을 시 주석이 ‘마법 무기’라고 부르는, 중공 통일전선공작부가 이끄는 통일전선 시스템에 의존한다”고 했다.

‘통일전선’은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약한 적들과 손잡아 전선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뜻이다. 공산주의 세력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상대방을 분열시키고 내부에 동조세력을 만드는 전술로도 발전했다. 중공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는 중국 내외의 당 외부세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전담기구다.

해외에서는 주로 ‘선의’와 ‘협력’을 내세우며 그 대가로 사업기회를 제공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제공한다. ‘친구 관계’로 시작해 스파이 활동까지 이어진다.

뉴스위크가 찾아낸 미국 내 중공 통일전선 관련 단체 600여개는 대체로 ‘중국 우호협회’ 같은 친근한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 기업이나 개인은 이들이 중공과 관련됐음을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중국 향우회 83개, 중국원조센터(CAC) 10개, 중국 관련 상공회 32개, 중화권 매체 13개, 중국-대만 평화통일 추진 단체 38개, 중국 우호협회 5개, 그 외 교육·문화활동 단체 129개가 포함됐다.

재미 중국인 전문인 협회 70개 중 약 절반가량이 통일전선과 관련됐고,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 265개는 현지 중국 영사관을 통해 중공의 정치적 활동에 연결됐다. CSSA는 흔히 각국에서 ‘중국인 유학생 단체’로 불린다.

뉴스위크의 목록에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162개국에 총 545곳 설치된 공자학원도 마찬가지다. 공자학원 운영기관인 국가한반을 중공 통일전선공작부가 관할한다. 공자학원은 한국에서도 23곳이 성업 중이다.

뉴스위크는 “계속 파헤치면 통일전선과 결탁한 미국 내 단체는 수없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 미시간대학 공자학원 | 연합뉴스

활동 목적은 미국 체제 비판, 정권 전복

전문가들은 중공 통일전선 조직의 미국 내 활동 목표를 △내부에서 미국을 변화 △공산주의 중국에 대한 우호적 확대 △최종적으로 국가 전복이라고 본다.

활동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철이 되면 활동의 초점이 선거개입으로 수렴한다.

뉴스위크는 올해 선거철 SNS 가짜 계정에서 폭증했던 미국 정치·사회 시스템 흠잡기, 미국의 중공 폐렴(코로나19) 방역 비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개인사·스캔들 물고 늘어지기 등을 그 예로 들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지난 7월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해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중국의 악성활동이 우리의 정책과 입지를 365일 24시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년 내내 항상 위협이 존재하지만,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공이 어떤 선호를 가지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한 레이 국장은 현재 FBI의 방첩사건 5천건 중 절반 정도가 중국 관련 사건이라며 10시간에 한 번꼴로 중국이 관련된 새로운 방첩수사를 개시한다고 했다.

미국의 “내정 간섭” 지적에 대해 중공은 부인하는 입장이다. 중공 외교부는 미국이 중공과 현지 단체의 관계를 왜곡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당국과 미-중 전문가들은 중공의 간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방첩안보센터의 딘 보이드 수석 소통책임자는 “사법부와 FBI, 주 정부가 이러한 조직과 숨겨진 활동 일부를 밝혀내고 있다”며 “(중국의) 영향력은 멈춘 적이 없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한편, 뉴스위크는 중국의 선거 개입에 대해 러시아처럼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논쟁적, 감정적 화제를 부각시켜 서로 분열하고 싸우도록 만드는 방식이라며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