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가치와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경력 끝판왕’ 송지헌 경정의 이력서

미술 전공, 은행원, 승무원, 변호사 그리고 경찰.
과천경찰서 수사과장 송지헌(41) 경정의 이력이다.
그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경력 끝판왕’으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지난 21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의 ‘독특한 이력서’ 특집에 그도 출연했다.
이날 송 경정과 함께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가장디자이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의 전기 버스 회사 대표, 개그맨 출신 치과의사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초대됐다.
그들이 풀어 놓은 이야기 속에는 꿈과 현실, 직업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고루 거친 송 경정의 이력은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직업에 계속 도전을 하게 된 배경과 투입한 노력이 남달랐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미술 대학원을 준비했다.
당시 경제적 독립을 위해 외국계 은행에 취업했다가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던 삶에서 모든 것의 기준이 ‘담보가치’로 바뀐 삶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후 유학을 하려고 했지만 IMF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외국에서 돈을 벌면서 미술관을 다닐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 외항사 승무원이 됐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즐거운 시기였지만, 점점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대학원으로 돌아가리라 마음먹은 시기, 기내 신문에서 국내 사법고시 폐지 기사를 접하게 됐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상하게도 그는 ‘내 이력으로 더 가기가 어렵겠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고 한다. 홈쇼핑 매진’ 안내에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과 비슷했다는 것.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자 퇴사 후 바로 고시촌으로 달려갔다. 법학 학점 이수와 사법시험 준비를 병행했고, 한 번 만에 1차 시험을 패스했다.
그는 무모해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만큼의 노력도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오로지 공부만 했다.
2차 사시 시험을 앞두고는 밥도 안 먹었다. 졸음이 몰려올까 봐 40일 정도는 빵을 조금씩 떼어먹으며 버텼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질이 안 되면 양으로 승부하니 되더라. 남들이 책 한 권을 볼 때 나는 두 권을 봤다”고 말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후 로펌 변호사로 3년 동안 활동했다.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선임계약이나 수임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변호를 맡은 의뢰인들이 법정에서는 반성하다가도 밖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도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게 더 행복하겠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경찰 특채에 지원해 합격했고, 현재 9년째 근무 중이다. 현장 수사를 하며 진실을 밝히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그림보다 재밌는 일을 찾아서인지 한 번도 그림 때문에 악몽을 꾼 적도 없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계속 현장 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실무와 형사사법 체계의 괴리를 느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에 입성했고, 수사구조개혁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경찰은 공판 이후 단계를 잘 모르고 법조계에서는 공판 전의 실제 현장을 잘 모른다”라며 법조인 출신 경찰로서 그 간극을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사의 전문성을 위해 세무사 공부까지 시작했다고 알렸다.
그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경제적인 안락함이나 명예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누리꾼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저런 사람이 공직에 있다는 건 우리나라의 이득이다” “올곧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꿈을 위해 한 일도 클래스가 다르다” “비밀의 숲 실사판”이라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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