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늦을 거야”라며 집 나섰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택배기사

이서현
2020년 10월 12일 오전 10: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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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가 또 숨졌다.

올해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사망만 벌써 8번째다.

지난 10일 JTBC 뉴스는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일하다 숨진 40대 택배기사가 김 모씨(48)의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김씨는 사고가 나던 날 새벽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을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JTBC 뉴스

오전 7시쯤 출근한 그는 오후 3시쯤 분류작업을 마친 후 배송에 나섰다.

이후 1시간이 지난 4시 30분쯤, 소속된 대리점의 소장에게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소장은 김씨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고, 김씨는 물을 마신 후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소장은 “아프면 전화하라”고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가 걱정이 돼 10분 뒤 소방서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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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자신의 택배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 과정에서 심정지가 온 김씨는 오후 7시 30분쯤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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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평소 체력도 좋았고 지병도 없는 상태였다.

다만 최근 들어 가족과 동료에게 업무량이 많아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택배 일을 한 그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밤 9~10시까지 하루 14~15시간 일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그가 일한 곳은 이번 추석 연휴때 택배노조가 요구한 분류작업 지원 인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기사 중에 노조원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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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아버지는 “명절 때 몇 번 일을 따라가 봤다. 아무리 힘들어도 먹을 시간이 없었다”라며 “요즘 다른 이야기는 안 하는데 ‘아유 아빠 힘들어’ 그러고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힘들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김씨는 결국 배송 중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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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과로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대가도 없이 하는 분류작업이 장시간 노동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사들은 사비를 모아 분류작업을 도와줄 알바생을 따로 고용하기도 한다고.

반면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들이 받는 배송수수료에 분류작업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