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피부를 가진 공주는 없잖아요.”
체념한 듯 말하는 딸의 말에 전태풍 부부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지난 2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는 전 농구선수인 전태풍 가족의 일상이 그려졌다.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전태풍은 미국과 유럽리그에서 활약했다.
2009년부터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해 국내에서 활동했다.
이듬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나 터너와 결혼해 세 남매를 두고 있다.
지난 4월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태풍은 육아를 전담하며 방송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취업을 준비 중인 미나는 남편의 육아 능력을 확인받고 싶어 방송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전태풍은 서툴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도 고사리손으로 집안일을 도왔다.
9살 태용이는 채소를 씻고 7살 하늘이는 아빠에게 밥물 맞추는 법을 알려줬다.
엄마인 미나가 미리 가르쳐 둔 것이었다.
전태풍은 아이들과 농구 시합을 하면서 끊임없이 칭찬하고 격려하며 북돋아 줬다.
미나는 아이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이해를 시켰다.
오은영 박사는 “이 집의 특징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짜증을 별로 안 낸다. 감정은 종류가 많은데 마지막 형태가 짜증이나 화일 경우가 많은데 이 집 아이들은 아닌 것 같다”라며 칭찬했다.
부부의 가장 육아 고민은 다름 아닌 ‘차별’이었다.
진태풍은 추석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저는 반 한국 사람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이 안 받아줄까 싶다. 제가 한국에서 어떤 팀을 가도 깜둥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지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미나도 “어렸을 때 꿈이 한국 사람들이 나를 한국인으로 받아주는 거였다. 그런데 외국인, 깜둥이라고만 말했었다”라며 차별받은 경험을 떨어놨다.
본인들과 같은 일을 겪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벌써 상처를 입고 있었다.
태용이는 유치원을 갔다 온 첫날에 ‘아프리카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진태풍은 “지도를 보여주며 우리는 미국에서 왔다고 설명해 줬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 피부는 최고라고 해줬다”고 전했다.
둘째 유리도 친구들이 피부색을 가지고 놀리자 화장품으로 얼굴을 하얗게 칠한 적이 있다고.
부부는 “까만색이 제일 싫다”는 유리의 속마음을 듣고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자부심과 용기를 아무리 불어 넣어 주어도 집밖에서 받는 상처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한테 현실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현실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중요한 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해결하는 건 본인이 결정한다는 걸 알려주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태풍 씨 가족이 잘하고 있다. 아이들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거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