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4층서 떨어진 9살 소녀, 신속하게 가동된 ‘응급시스템’ 덕분에 살았다

이서현
2020년 09월 10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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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4층에서 떨어진 9살 소녀가 심각한 부상에도 응급시스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9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과 경찰, 소방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일 발생했다.

당일 오전 1시 45분께 119상황실에 “어린이가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아파트 1층 화단에 떨어진 A(9)양을 발견한 부모였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양의 상태는 심각했다. 출혈이 심한 데다 의식도 없었다.

구급차는 A양을 태우고 50분을 달려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의료진이 살펴보니 A양은 목뼈, 쇄골, 갈비뼈 등이 부러졌다.

양쪽 대퇴골도 개방성 골절을 입었고, 장기 일부도 손상됐다.

A양의 ‘손상 중증도 점수'(ISS·Injury Severity Score)는 34점으로 나왔다.

중증외상환자 기준인 15점의 배를 넘어 소생 확률이 매우 낮았다.

병원에 도착한 지 3분 만에 당직 의사는 A양에게 수혈을 시작했다.

출혈이 워낙 심해서 A양의 몸 안에 있던 양만큼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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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권역외상센터 협진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의료진이 소집됐다.

생사를 가르는 응급 수술이 1시간 동안 이뤄졌고, A양은 다행히 큰 고비를 넘겼다.

이후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은 A양은 의식을 회복하고 현재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4층에서 떨어진 사고치고는 심장 등 중요 장기와 머리 손상이 비교적 적은 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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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A양이 자신의 방 창문 앞 서랍장에 앉아있다가 실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은 평소에도 이곳에서 이불을 두른 채 야경 보는 것을 좋아했으며, 사고 당시에도 이불을 안은 채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A양의 부모는 딸을 재우려고 방에 들어갔다가 딸이 없자 찾던 중 아파트 1층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벼운 유아가 고층에서 추락 후 무사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9살 어린이가 1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건진 것은 처음 봤다”며 “A양의 소생은 매우 이례적이고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나중에 미국 외상 시스템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A양의 예측 생존율은 22%였다.

이 결과도 매우 이상적인 외상 치료 시스템을 갖췄을 때 예상치다.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이 초보 단계인 국내에서는 더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 환자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인 1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됐고, 2022년까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