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문회 이용해 귀국 유학생·학자 철저 통제…해외에까지 영향력

구칭얼(古清兒)
2020년 09월 01일 오후 12:21 업데이트: 2020년 09월 01일 오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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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중공)이 통일전선부 산하기관을 통해 해외에서 귀국한 유학생과 학자들을 철저히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는 최근 중국 구미동창회(歐美同學會, WRSA) 관련 문서를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구미동창회는 민간단체를 표방하지만 통일전선부(통전부) 산하 특수기관으로 해외에 머무는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정보를 보관하고 활용한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지난해 10월 27일 중국 난양(南陽)에서 열린 한 구미동창회 발언록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서는 통전부 난양시 지부 류슈화 본부장이 개막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류 본부장은 동창회 회원들에게 “당원 모집에 적극 나서 달라”며 시 발전을 위해 해외 유학생, 전문가, 학자, 사업가 유치에 앞장 서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해외 유학생에 대한 당 위원회의 결정을 시행하는 것이 통전부의 새로운 목표”라고도 했다. 통전부와 구미동창회의 관계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그가 언급한 ‘당 위원회의 결정’은 또 다른 문서에서 추측해볼 수 있었다.

작성 일자가 같은 달로 표기된 ‘난양시로 귀국한 유학생 정보’라는 문서에는 난양시로 귀국한 유학생 343명에 대한 인적사항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기재항목은 이름, 생년월일, 출신 민족, 직업, 직위, 입사 날짜, 정치 성향, 유학 국가, 유학 기간, 전공, 귀국 날짜, 집 주소, 연락처 등 10여 가지가 넘었다.

중공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인력을 대상으로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축적한 경험을 당 건설에 활용하고, 또한 이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인맥을 새로운 통일전선 대상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중공 당국이 강조한 ‘당 지도부 강화’와도 맞물린다. 즉, 당 조직이 중국 내 모든 계층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회원 및 임원 구성에서도 구미동창회는 중공과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난양시 구미동창회 설립 준비’ 문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난양시로 귀국한 유학생 340여명 중 129명이 당원이었다.

또한 임원 후보명단에 유력 후보로 거론된 허난공대 부총장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이 확고하고 업무성과가 탁월하며 정치참여와 토론능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적혀 있었다. 임원 후보의 주요 판단기준이 ‘정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계성과 통제가 해외 기업·연구기관을 상대로 한 기술 절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친목 넘어 지적재산 절취 통로 의혹

구미동창회에는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요 인력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전 구글 인공지능(AI) 수석 과학자이자 현재 트위터 이사로 재직 중인 리페이페이(李飛飛)다.

리페이페이는 2017년 중공으로부터 ’10대 여성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구글 클라우드에 합류했다.

구글 합류 후 리페이페이는 그해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구글 AI 연구소를 베이징에 설립할 것”이라는 발표로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듬해에는 칭화대 AI 연구소가 “구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칭화대가 중공군의 자금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페이페이의 행보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을 퇴사한 리페이페이는 지난 5월 트위터 이사진으로 합류하면서 미국에서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트위터의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리페이페이 제자이자 AI 중국센터 책임자인 지아 리(Jia li) 스탠퍼드 부교수도 중공과 관련성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두 사람은 중국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공 관변단체 ‘미래포럼’에도 소속돼 있다. 미래포럼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7년 지아 리는 청소년협의회 위원, 리페이페이는 과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미래포럼은 이미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다. 유명 물리학자 장서우청(張首晟) 스탠퍼드대 교수 자살 사건이다.

미래포럼 교수진에 등록됐던 장서우청 전 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투자회사 단화(丹華) 캐피털이 중공의 타국 기술침해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지적이 나오던 지난 2018년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미동창회, 15개국에 지부 회원 22만명

구미동창회와 중공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또 있다.

중공 중앙판공청은 지난 2016년 5월 ‘구미동창회 건설 강화에 대한 의견’이란 업무명령을 내렸다.

업무명령에는 △귀국 유학생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이들의 상황 적시 활용 △유학생 특성에 맞춘 새로운 싱크탱크 설립 △유학생을 활용한 민간 외교 및 일대일로 프로젝트 수행 등이 포함됐다.

구미동창회는 회원 수 22만명의 대규모 단체이기도 하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구미동창회는 1913년에 설립됐으며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에 모두 지부를 두고 있다.

웹사이트는 이 단체를 “당과 해외 유학생, 학자를 이어주는 가교”이자 “중공 정부의 업무 보조를 맡은 따뜻한 집”으로 소개한다.

전 세계 15개국과 42개 지역에 지부와 지역단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상임이사 125명, 이사 287명, 해외 이사 35명 등이 등록됐다.

또한 실무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각 7개를 설치해 세계 주요 국가에 설립된 중국인 유학생 단체 ‘중국인학생학자연합회'(CSSA) 100여 곳과 긴밀히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SA 역시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다. 현지 총영사관이나 대사관 등 중공 외교기관의 지휘를 받는다. 유학생 동향을 파악해 당국에 알리거나, 특별한 상황 발생 시 유학생들을 선동·동원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