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BLM 시위대 “상점 약탈이 대수인가? 경찰 해체하라”

자카리 스티버(Zachary Stieber)
2020년 08월 12일 오후 3:50 업데이트: 2020년 08월 13일 오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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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시내 상점가 약탈과 방화, 시설물 파괴를 둘러싸고 시카고 시와 시위대 사이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10일 시카고 시내에서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전날 경찰 해체를 외치며 상점가를 약탈한 수백 명이 연행된 것과 관련해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과 경찰을 비난했다.

시카고 경찰은 전날 집회에서 20대 남성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가 발각되자 도주하던 과정에서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20세 남성 라트렐 앨런으로 살인미수 2건과 무기소지 1건의 전과자로 확인됐고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인 BLM은 “경찰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 BLM 단체 간사 아리엘 앳킨스는 “(경찰이) 추격해 누군가에게 여러 차례 사격했다. 그리고는 그 남성이 자신들을 사격했다고 사건을 조작했다. 난 그런 주장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채증 영상은 어딨나?”라며 경찰이 꾸민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시위로 시카고는 소상공인 상점에서 규모가 큰 기업체까지 수십 개 업체가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소속인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의 약탈과 시설물 파괴, 총격 사건을 언급한 뒤 “(시위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라이트풋 시장의 비판에 거세게 반발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전례 없이 많은 시민이 집세를 내지 못해 강제 퇴거당할 판국이고 직장도 잃게 됐다”며 “다 죽어가게 생겼는데 시장은 왜 그깟 시설물 따위에나 신경을 쓰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탈 범죄를 “사람들이 힘을 되찾으려고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BLM 간사 앳킨스 역시 “구찌나 메이시(백화점), 나이키에서 물건을 훔친 게 대수인가, 그 사람이 입고 먹고사는데 도움만 된다면”이라며 약탈자들을 두둔했다.

그녀는 “그건 보상이다. 뭐든 갖고 싶으면 가진다. 그 회사들은 보험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BLM 시카고 지부 역시 시위 관련 성명에서 소수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최근 몇 달 사이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약탈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라이트풋 시장의 설명은 달랐다. 약탈자들이 못 먹고 못 입을 만큼 어려운 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장은 “수정헌법 1조는 연설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건 정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약탈자들은 생계형 좀도둑질을 한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며 이번 사건이 중범죄라고 했다.

한편, BLM 측은 시카고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해 경찰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시위대는 9일 집회에서 시카고 주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의 도움은 필요 없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킨다”는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서는 경찰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시위대는 “썩어빠진 것을 개혁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경찰의 기본 토대가 폭력과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 경찰은 이번 시위가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시위꾼’에 의해 과격해졌다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차량을 몰고 도심으로 몰려들었다”며 “정상적인 시위가 아니었다. 범죄 사건으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시 경찰 조직과 시에 대한 폭력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