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의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제 확진자 수가 당국 발표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주장으로 보기에는 밀도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중국인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진실한 정보를 확인할 채널이 사실상 없는 중국의 답답한 현실도 엿보인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는 “지난 26일 오전 4시 정도를 기준으로 베이징에서 확진자 2만5212명, 사망자 2321명이 확인됐다. 밀접 접촉자들을 계속 잡아들이고 있다”는 글이 확산됐다.
글이 게재된 곳은 중국판 카톡인 위챗(微信·WeChat)의 친구 커뮤니티 서비스인 ‘펑요췐’(朋友圈, 모멘트)다. 연락처가 등록된 지인들끼리 짧은 대화나 사진 등을 올려 돌려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해당 글에서 글쓴이는 “직무상 병원 전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 보수적으로 집계했다. 이 수치는 실제값의 70% 정도일 것”이면서도 “확실한 수치라고 장담한다. 모두 병원 시스템에 등록된 데이터”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후 29일까지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325명이다. 글쓴이 주장대로라면 실제 발생자는 100배 이상이다.
글쓴이는 또한 최근 중국에서 수상한 소문에 휩싸였던 베이징 301 병원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301 병원 감염자는 80명 이상이다. 다른 성으로 퍼져나간 감염자 수도 무척 많다.”
정식명칭이 ‘중국인민해방군총병원’인 301 병원은 베이징의 대표적인 군병원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주로 이용하며,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췄다.
지난 24일 301병원이 위치한 베이징 하이뎬구는 공식 SNS에서 “최근 301병원에 감염자가 발생해 하이뎬구 내 주택단지 100여 곳이 폐쇄됐다는 소문은 확인 결과 유언비어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 역시 온라인판을 통해 이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이 해명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 에포크타임스(중국어판)가 소식통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해당 소문은 내부 정보를 제공받는 중국 일부 엘리트 계층 사이에서만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소문을 못 들어본 일반 네티즌은 “소문을 듣기도 전에 당국이 먼저 나서서 해명하다니 수상하다”며 “‘여기에 은 300냥 안 묻었어요’라는 속담처럼 오히려 감염자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미심쩍은 눈길을 던졌다.
“절대 발생해선 안 되는 부서에서 감염자 발생”
글쓴이는 더 심상치 않은 내용도 전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는 절대 정보 유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중대한 부서에서도 감염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포크타임스는 6월 베이징 위건위 내부자료를 입수해, 감염 상황 데이터를 엄밀히 통제해 절대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당국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중공 바이러스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재차 확인을 거쳐 상급기관으로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국가 위건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지역이나 민간 기관에서 임의로 어떠한 자료, 수치를 발표할 수 없다.
글쓴이는 “절대 감염돼서는 안 되는 부서, 감염돼도 밝힐 수 없는 부서에서도 감염자가 많다”고 했다.
베이징은 정부청사를 비롯해 공산당 고위층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 등 비밀스러운 기관이 집중된 곳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앙정부 공직자와 군인들이 모여 사는 집단거주지 ‘대원’(大院)이다.
중국 공산당 특유의 주거형태인 대원은 국무원, 외교부 등 특정 부서 근무자들만 모여 사는 폐쇄적 주거단지로 업무공간과 주거시설 외에 마트, 학교, 병원, 파출소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군부대 집단주택(대원) 주민 장(張·가명)모씨는 이달 1일 베이징 포병여단 군인들이 거주하는 집단주택에서 확진자 3명이 나왔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제보했다. 당국이 공식 발표한 6월 11일보다 열흘 빠른 시기다.
베이징의 감염 상황이 당국 발표대로 지금까지 확진자 300여 명에 그친다면, 국정 총 책임자인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방역팀장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은둔 행보’와도 앞뒤가 잘 맞지 않게 된다.
시진핑과 리커창 외에 다른 공산당 최고위원(상무위원) 5명도 마찬가지로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아, 이미 베이징을 떠나 안전한 곳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해당 글이 중국 네티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당국의 인터넷 검열 속에 확산됐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해당 글을 퍼 나른 한 네티즌은 “베이징의 실상은 공산당의 도적 무리가 말한 것과는 매우 다르다. 올해 모두 잘 사는 샤오캉(小康) 사회로 들어간다고 했던 시진핑의 거짓말과 마찬가지다. 이미 몇 달 전 우한에서도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속이지 않았었나. 지금은 베이징이다. 모두 버텨내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