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당국의 수상한 통보 “301 병원서 역병 발생, 주택단지 100곳 봉쇄는 헛소문”

리윈(李韻)
2020년 06월 25일 오후 6:41 업데이트: 2020년 06월 26일 오후 6:48
TextSize
Print

중국 베이징 당국이 갑작스러운 통보문으로 되려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24일 오전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공식 웨이보에는 ‘유언비어 관련 안내문’을 게재했다.

이 안내문에서는 “최근 301병원에 감염자가 발생해 하이뎬구 내 주택단지 100여 곳이 폐쇄됐다는 소문은 확인 결과 유언비어로 확인됐다. 네티즌은 듣거나 믿거나 전파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한 ‘301 병원’에서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소문을 부인한 통지문 | 하이뎬구 공식 웨이보 화면 캡처

하이뎬구의 유언비어 관련 안내문은 이날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웨이보 등 SNS에도 관영매체 기사를 전재한 글이 다수 게재됐다.

구글과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베이징 301 병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하이뎬구 100개 단지가 폐쇄됐다?'(北京301医院现疫情?海淀增百余封闭小区?)라는 기사를 검색한 화면 | 화면 캡처

중국 온라인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당 소문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SNS 이용자는 “처음 들어보는 소문인데, 당국에서 해명하는 게 오히려 수상하다”는 글을 남겼다.

중국 고사를 빗대 “관영언론 뉴스는 반대로 읽어야 한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는 “은(銀)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서 땅에 묻어두고 ‘이곳에는 은 삼백냥이 없다’(此地無銀三百兩·차지무은삼백냥)는 푯말을 세운 꼴”이라며 “더 의심 간다”고 했다.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301 병원은 중국 최고위층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도 아프면 301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당국이 제발 저린 식으로 먼저 나서서 소문을 해명한 탓에 거꾸로 “뭔일 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권력핵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 | Lintao Zhang/Getty Images

지난 6월 11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중국 방송과 신문에서는 공산당 권력핵심인 시진핑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정치국 최고위원(상무위원) 7인의 공개석상 활동 보도가 크게 줄었다.

이들이 화상회의에서만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이미 베이징을 떠나 있는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중국 일각에서 퍼지고 있다.

하이뎬구 당국이 “301 병원에 관한 소문은 가짜”라며 아직 퍼지지도 않은 소문에 대해 진화에 나선 모습은 ‘지도부의 베이징 탈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위층 전문 병원으로 알려진 301 병원이 감염자에게 노출됐거나 감염자가 나왔을 경우, 당 지도부 역시 의료시설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리라는 추측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