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략정책연구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전술로 국제사회 체계적 침투”

한동훈
2020년 06월 12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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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과 연계된 단체와 개인이 최근 호주 정치에 개입하면서 산업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대학 내 학문의 자유까지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국방안보분야 국책연구소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을 전면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책을 담은 56쪽짜리 보고서(PDF)를 발간했다.

알렉스 조스키(Alex Joske) ASPI 연구원은 지난 9일 ‘당이 당신을 대신해 말한다-해외 행영향력과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시스템’이라는 중국과 중국공산당(CCP)을 구분해 서술했다.

이 보고서는 공산당 내부문건, 중국매체 보도, 공산당 해외 조직 사이트,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통해 공산당 지도부의 해외 통일전선 수행 시스템과 목적을 분석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시스템이 호주의 정치·경제·과학기술·대학(교육)·중국인 커뮤니티·종교단체 등에 침투·개입한 과정을 해부했다.


중공의 통일전선, 과거완료형 아닌 현재 진행형

통일전선은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 주된 적(主敵·주적)으로 삼은 대상을 타도하기 위해, 반대세력의 일부와 손을 잡는 전술을 가리킨다.

해외 통일전선은 통일전선을 해외로 확대한 개념이다. 상대방 국가의 기업인, 중산층, 지식인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학생까지 ‘합작’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공산당은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설치하고 지도부에 ‘중앙통일전선공작 영도소도’라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통일전선을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17년 주요 야당인 노동당 샘 대스티아리(34) 상원의원이 중국계 기업인 후원자와의 유착관계 논란으로 사임했다.

이 후원자는 대스티아리 의원의 여행 및 법률비용을 대납한 것은 물론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을 옹호하라는 등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호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알렉스 조스키(Alex Joske) 호주전략정책연구소 연구원 | 유튜브 화면 캡처

또한 이 후원자를 포함해 호주 정치에 개입한 다른 중국계 기업인들도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부서와의 관련성으로 인해 고발당했다.

중국 언어·문화 전파기관을 표방하는 공자학원도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이다.

호주 대학들은 2004년부터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공자학원을 캠퍼스 내에 설치했다.

공자학원은 호주 대학 내에서 중국공산당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언급하는 학생들을 감시하고 제재한다.

퀸즐랜드 대학 학부생인 드루 파블루(Drew Pavlou·20)는 지난해 7월 중국공산당의 티베트·위구르 탄압을 반대하는 학내 시위를 개최했다가 괴한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이들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파블루는 공자학원 측에서 동원한 폭력배들로 추측했다.

중국공산당의 인권탄압을 알리는 모임에서 발언하는 호주 퀸즐랜드 대학 학부생 드루 파블루(Drew Pavlou·20) | Transparency 4 UQ/T. Brown

그 이후에도 파블루에 대한 압박은 계속됐다. 그는 교내 문구점에서 볼펜을 시험사용 해봤다는 이유로 절도 혐의로 고소됐고, 인터넷에서 논쟁을 하다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파블로는 모두 배후에 공자학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자학원이 침투한 호주 교육기관은 대학뿐만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호주 초·중·고에 보조금과 교재, 교사를 지원한다.

교사들은 중국어 교육을 핑계로 마오쩌둥 사상을 선전하는 등 공산주의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

중국인 유학생 통일전선 조직도 중국인 학생과 학생단체에서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족주의 선동 활동을 펼친다.

호주의 중국인 지역사회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입장 표명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돈다. 통일전선 조직과 동조세력의 원색적 비난과 험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확산을 거치면서 해외 통일전선 시스템의 기능이 더 강화됐다고 전했다.

신종코로나 확산 초기,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고조되기 전 중국공산당 해외 통일전선 조직은 호주·캐나다·아르헨티나·영국·미국·일본과 체코 등 세계 각지에서 마스크 등 방역 필수물자를 빼돌려 중국으로 보냈다. 대부분 각국 수요를 채우기에도 부족한 물자들이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행위가 중화전국귀국화교연합(중화교련·中國僑聯)과 관련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공산당은 중화교련을 “당과 해외 동포들을 잇는 가교이자 유대”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통일전선 시스템이 “중국공산당의 산업스파이, 해외 기술 불법유출 공작의 핵심”이라며, 경제인단체 등 직능단체를 통해 공작요원이 대학·정부기관·민간회사에 침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주에서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시스템이 장악한 10여 개 단체가 중국정부를 대표해 기업간 기술 이전과 인재 채용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언론 “기념비적 보고서…경각심 일깨워”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이 보고서가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의 호주 사회 침투를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와 정치권, 대중은 갈수록 중국공산당의 침투와 영향력 발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빅토리아 주 정부도 그중 하나다.

빅토리아 주에서는 작년 5월 다니엘 앤드루스 주 총리(주지사 격)가 중국공산당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참여를 결정해 논란이 됐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빅토리아 주는 중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앤드류스 주 총리의 한 자문위원은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시스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중국과 외교·교역 관계 수립을 위해 통일전선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공산당의 ‘정보활동 촉진’과 정치전쟁’에 이용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통일전선 위험성 제대로 인식해야”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이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가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으로 봤다.

이러한 활동들이 민주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자학원의 설치와 운영은 대부분 해당 국가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에 대한 공산주의 이념의 세뇌식 주입은 그 어떤 범죄 못지않게 치명적일 수 있다.

보고서는 “외교관들은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단순한 외교나 선전기구로 보고 이들이 은밀한 침투와 개입에 관여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중국계 커뮤니티가 손잡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가 제안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에 대한 대응정책 제안이다.

▲문제상황 파악 ▲외국 정부의 개입을 막는 기관과 정책을 수립하고 각 정부부서의 주요 지침으로 설정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에 대한 명확한 인식 수립 ▲관련 입법 및 외국정부대리기관 규제방안 마련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 운영 ▲대학 등 교육기관과 공동으로 대응조치 마련 ▲외국정부대리기관(및 개인)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나 추방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