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유행어 ‘된장녀·김치남’…알고 보니 중공 댓글부대 ‘분란조장’ 수단

남창희
2020년 03월 15일 오후 9:43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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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安門 法輪功 Free Tibet

중국 공산당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를 가리키는 단어들이다. 각각 천안문(톈안먼) 학살, 파룬궁 탄압, 티베트 독립 등과 관련된다.

이런 단어는 중국에서 검색만 해도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중국 공산당 댓글부대 퇴치부적’으로도 불린다.

이런 문구들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 카페에서 종종 보인다. 공산당 댓글부대가 한국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차이나게이트’가 터지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런 문구들이 요즘 들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1년 9월 작성된 한 인터넷 게시물(링크)은 “중국 조선족이나 화교들의 조작질 방지 부적부터 달고 시작한다”는 문장과 함께 위의 문구들이 등장했다.

이어 “(화교들은) 진짜 지능적으로, 지속해서 한국 비하 글을 올린다. 남자 군대 문제, 한국 여자 비하, 한국 사회 분란글, 누구 도와줬다가 봉변당했다. 인신매매 심하다 등이다”라고 당시 인터넷 근황을 전했다.

또한 “네이트 판에는 성폭행당하는 여자 도와줬다가 봉변당했다는 글이 예전에는 하루걸러 몇십 개씩 봤다. 하루에 베스트추천에 2개 올라오기도 했다”며 “뉴스에는 안 나오는데 판에는 매일같이 성폭행당한 여자를 도와줬다가 성폭행범으로 몰렸다는 한탄글을 올리며 도와주지 말자고 선동한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화교라는 표현이 주로 쓰였지만, 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한국에서 여론공작을 벌이는 중국인 유학생·조선족 댓글부대라는 게 오늘날 밝혀지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 남자를 비판하자’라는 네이버 카페 운영자가 대만 화교라는 게 밝혀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 운영자는 청와대, 외교통상부, 언론사를 비롯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 한국 남자들을 비난하고 친일 의견을 게재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다가, 그의 정체를 수상하게 여긴 카페 회원들의 추적 끝에 대만 화교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운영자는 결국 자신을 “재한 중국인 화교 이(李)모”라고 밝히고 “남녀 간의 악의적 성 대결 조장을 사과한다…화교 신분으로 한국에서 받은 불평등 때문에 그런 게시물을 올리게 됐다”며 개인의 일탈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 운영자가 정말 화교인지는 의심스럽다. 같은 해 또 다른 제보글에 따르면, 이 운영자의 이름이 이도형이며 2008년 서울에서 진행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서 빚어진 폭동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은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이 순식간에 한국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폭도로 변할 수 있다는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온 유학생들이었다.

당시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대사관의 유학생 조직을 통해 동원됐다. 대만 화교가 끼어들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중국 유학생들의 폭동을 보도한 동아일보 2008년 4월 29일자 인터넷판 | 화면캡처

 

2008 베이징올림픽 서울 성화봉송행사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도로에서 북한 강제 송환 등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자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카페운영자 이씨가 ‘대만화교’로 알려진 것 역시 정체가 탄로 나자 오명을 대만에 뒤집어씌우기 위한 물타기로 짐작된다. 만약 정말 대만인이었더라도 대만보다는 중공 쪽에 포섭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남자 비난 카페 운영자가 개인적인 악감정에 의해 그런 활동을 했다고 했지만, 당시 한국인들 사이에서 지역감정과 남녀문제 등을 붙잡고 이간질하는 활동은 해당 카페 운영자만 벌인 것이 아니었다.

이런 여론공작을 경계하는 게시물은 작성일자가 2008년대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 역시 한국 내 조선족, 화교들이 한국인들 사이에 이간질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공산당 댓글부대가 벌이는 이간질은 ‘한국여자는 외국남자에 환장한다’ ‘한국여자는 된장녀’ ‘한국인은 냄비근성’ 혹은 젊은이가 노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노인이 억지스럽게 젊은이를 꾸짖었다 하는 등의 패륜적인 사건을 ‘카더라’ 통신으로 전하는 것들이다.

백인에 대한 호감은 아시아권에서 남녀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선진국에 대한 선망은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고 국력을 키우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해외 커피 체인점에서 커피 사 마시는 사람을 보고 된장녀, 된장남이라고 부르는 것도 온라인 공간에서만 목격되는 특이한 현상이었다. 또한 대만 등지에서는 예전부터 한국인에 대해 ‘단합력이 매우 높은 국민’ ‘투지력이 강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만화교,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자국민을 무턱대고 깎아내리는 여론은 당시로써는 생소하고 이질적이었지만, 누차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서서히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도 무감각해지고 익숙해져 스스럼없이 사용하게 됐다.

2013년 1월 네이트 판에 올라온 게시물(링크)은 이런 조선족 댓글부대의 여론공작에 대해 오래전부터 경각심을 갖고 대처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조선족 화교(간첩) 조심하시고 바로바로 신고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는 “이번에 조선족화교 간첩으로 잡힌 거 알고 계시죠 남녀이간질, 군대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 김치O, 김치남, 된장녀, OOO 이런 글 싸지른 인간들이 조선족들이었다는 들통이 났다”고 했다.

이어 “지역이간질 시키다가 안먹히니까 남자여자 편가르기 해서 인터넷에서 싸우게 만드는 OOO들이 조선족임을 명심하세요. 그런 글이 올라오면 다른말 필요없고 그냥 “너 조선족이지?” 이 말만 하시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해외 원정성매매도 한국에서 영주권 딴 조선족들이 한국사람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2020년 3월 15일 기준 조회수가 396회 추천 9, 반대 1의 초라한 반응을 보이며 네이트 판의 수많은 게시물 속에 묻혀지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족게이트, 차이나게이트가 촉발된 최근에는 3월에도 몇몇 이용자가 댓글을 남기며 그때에 미처 알아보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