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4·15 총선이 45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온라인 여론전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홍콩 시위, 신종 코로나 사태 등 연이은 충격으로 휘청거리는 중국 공산당은 이번 한국 총선에 개입해 우호적인 세력을 지원하고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
그 하나가 중국 본토 인터넷 인력과 중국인 유학생, 조선족 등을 규합한 댓글부대의 여론 조작이다.
이들 공산당 댓글알바들의 활동은 한국만의 일도,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윌리엄 에버니나 국장은 “중국이 이렇게 (선거 개입을) 한 지는 이미 몇십 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중국 정보기관)이 대만에서 선거 개입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수천 가지 자원을 동원한 전략으로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고 다른 후보가 당선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선거개입은 최근 동아시아권에서 그 효력을 잃고 있다. 대만은 2017년 반 공산당 노선의 차이잉원 후보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반전 당선됐고, 이후 홍콩 사태가 이어지면서 확고한 민주노선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홍콩에서도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이라는 비관적 상황 속에서 치른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한 젊은층의 열기에 힘입어 범민주 진영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이처럼 대만과 홍콩에서 선거 개입을 시도했으나 연이어 실패한 중국 공산당은 또 다른 주변국이자 동아시아 정세의 핵심 국가인 한국에 대한 선거 개입에 독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에 대한 선거 개입은 중국 공산당 해외 통일전선공작의 주요 사항이다. 통일전선공작은 변화무쌍하지만 선거에만 한정하면 크게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 특정 정당·후보에 은밀한 자금 지원
기업이나 이익단체 등 대리인을 내세워 중국 공산당과 정부, 정책에 영합하는 후보나 정당에 자금을 지원한다.
선거는 자금력이 기본이다. 해당 후보는 내부경선에서 더 큰 세력을 규합하고 더 대대적인 홍보선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돈으로 표를 사기도 한다. 해당 정당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호주 안보정보원(ASIO)은 지난 2017년 호주 정치인들에게 “중국계 기업인들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지 말라”며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보요원들로부터 ‘선거에 출마하라’며 100만 호주달러(약 8억9천만원) 지원 제안을 받은 호주의 자동차 딜러가 이를 ASIO에 신고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미국·호주·대만 등지에서 정치 자금에 대한 출처 심사가 엄격해지자, 중국 공산당은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해당 국가 기업인에게 특정 후보에 정치 기부금을 내도록, 그 기업인에게 중국 내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2. 특정 정당·후보에 불리한 자료 수집
중국(공산당)에 부정적인 후보의 약점을 잡아 비방하거나 폭로한다. 해외에 촘촘하게 퍼진 첩보원들을 통해 불리한 정보 등을 수집한다. 관계자나 주변인을 매수해 성 스캔들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정보를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통해 폭로하게 함으로써, 특정 후보를 곤경으로 몰아넣고, 지지 후보를 부각하기도 한다.
상대 후보를 비밀리에 협박해 스스로 사퇴하거나, 실수를 범해 물러나게 하는 등 겉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수법도 사용한다.
3. 현지 언론 매수, 비자금 후원
각국 주요매체 침투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의 기본 전략이다. 중국 정권과 직접 관련 없는 기업인, 개인을 통해 상업광고를 특정 언론사에 몰아주거나 아예 매체를 인수·소유한다.
대만의 경우 2008년 친중 성향의 대만기업가 차이옌밍이 대만 최대 미디어기업의 하나인 왕왕그룹을 인수해, 대만 언론계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왕왕그룹은 중국시보(The China Times) 외 5개 매체, TV 방송사 3곳,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이들 매체는 중국 공산당 대한 불리한 뉴스를 보도하지 않거나, 중국 정치인, 기업인의 활동을 부풀려 보도하며 선거 때는 특정 후보에 유리한 보도를 쏟아내고 가짜뉴스를 배포해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후보들을 깎아내린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도 대표적 사례다. 미국 주류언론은 트럼프에 대해 맹공을 펼치며 친중성향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여론 조사는 선거 전날까지도 힐러리의 당선을 나타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미국으로 망명해 중국 고위층 비리를 폭로하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는 “미국 주류언론은 트럼프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냈고, 이는 중국 공산당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4. 인플루언서·댓글부대 동원해 SNS서 공격
선거철이 되면 중국 공산당의 댓글부대가 대규모 활동에 들어간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각종 의견글과 가짜뉴스, 댓글을 퍼뜨려 사람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도록 유도한다.
각 분야 인플루언서들도 우회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고 유권자들이 그 정당(후보)에 대해 반감을 갖도록 만든다. 영화계에서는 특정 후보를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영화가 개봉된다. 사회현실을 더욱 어둡게 보도록 하고 극단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킨다.
특정 입장의 유권자를 가장해 과격한 주장을 펼치고 인터넷 설전을 유도해 의견충돌과 사회분열을 조장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특정 후보를 혐오하거나 지지하도록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정치혐오를 부추겨 선거를 외면하게 한다.
5. 중국인 유학생, 중국계 현지인, 민간단체 이용
중국 공산당은 동포단체나 언론사, 유학생, 교수, 친중단체 등을 포섭해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 투표권이 있는 중국계 유권자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에 투표하도록 한다.
해당 국가 정부나 언론의 감시를 피해 중국계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정보,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하고 유학생들의 애국주의를 자극해 행동대원으로 포섭한다.
모든 유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이러한 행위가 중국이라는 국가를 짓밟고 들어선 공산당을 수혈하는 일임을 모른 채 ‘나라를 위한다’는 허상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혜택을 베푼 타국을 해치는 활동을 자행한다. 선거가 끝나면 산업 스파이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