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금융 전문가들이 지방정부 부성장급 직책에 집중적으로 임명되고 있다. 2년 새 중앙 금융기관 출신 인사 12명이 지방정부 부성장이나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이들 ‘금융 부성장’은 모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혹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5대 국유은행, 국책은행 출신의 금융계 베테랑들이다.
지난 9월 한 달에만 금융 전문가 3명의 인사발령이 이뤄졌다. 26일 인민은행 출신인 리보(李波)가 충칭시 부시장에 임명됐다. 다음 날에는 중국 공상은행 탄중(譚炯) 부행장과 교통은행 우웨이(吳偉) 부행장이 각각 구이저우성과 산시성 부성장에 임명됐다.
중국 관방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금융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금융 리스크 방어· 해소 혹은 질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 분야 전문 간부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좀 더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금융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대책으로 분석했다. 중국 지방정부 채무가 급증하고, 지방 중소형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에 압력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2년과 2018년 이전에 금융 부성장으로 임명된 저장성 주충주(朱從玖) 부성장, 윈난성 천순(陳舜) 부성장, 장쑤성 왕지앙(王江) 부성장 등 3명까지 계산하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에 임명된 금융 부성장은 모두 15명이다.
지금까지 금융기관 임원들이 지방 정무직으로 옮겨갈 경우 31개 성·시·자치구보다 한 단계 낮은 지방정부 관리직에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금융 리스크 관리 수요가 높다고 풀이된다.
중앙정부에서는 경기 둔화와 관련해 문책성 인사가 단행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정치국 위원 25명 중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를 포함한 절반가량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류허 부총리는 미중 무역협상 중국대표를 맡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지난달 27일 리양(李揚)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이사장은 “중국의 지방 부채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4년 안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전체의 50%”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정부의 채무 총액은 21조 3천3백억 위안(약 3천530조원) 규모다. 여기에 11월까지 추가로 발행된 지방정부 채권 4조 3천444억 위안(약 715조7천747억원)에 달한다.
‘리스크’는 중국 언론 사이에서 지난해 은행업계의 핫 키워드로 꼽혔다. 중소 은행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바오상(包商)은행, 진저우(錦州)은행, 헝펑(恆)은행 등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하반기에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한 위약금 규모는 1천억 위안(약 16조 5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