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리비 안 내려 도주·해경 위협 초래…선주 지시 따른 점 고려”
배 수리비를 내지 않으려 도주하던 중 해경에 물대포를 쏘는 등 대한민국 공권력에 저항한 러시아 선주와 선원들이 2심에서도 대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강제집행면탈,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 선주 A(57)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장 B(48)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200만원, 기관장 C(62)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벌금 300만원, 해경에 물대포를 쏜 선원 3명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기관장 C 씨를 제외한 피고인 6명이 실형을 받은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선주 A 씨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선장과 선원들의 항소가 받아들여져 대거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수리비 지급을 면하고자 배를 무단 출항시키고 해경 추격을 막으려고 해경 경비정과 경찰관에게 해수를 발사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대한민국 공권력에 정면 도전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2심 재판까지 구금된 점, 피고인 대부분이 선주 A 씨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A 씨 등은 2018년 8월 28일 새벽 부산 남외항에 정박 중이던 화물선 P 호(5천191t)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다고 관제센터와 교신한 뒤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A 씨 등은 해경의 정선 명령에 불응한 채 지그재그로 운항하는가 하면 해경 경비정과 헬리콥터를 향해 물대포를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해경은 공해까지 P 호를 추격하다 예광탄으로 경고 사격을 한 뒤 특공대를 투입해 2시간여 만에 이들을 붙잡았다.
지난해 5월 부산항에서 선박을 고친 P 호는 수리비 지급 문제로 가압류되자 선주가 공탁금 3억여원을 내고 풀려났다.
하지만 P 호 선주와 선원들은 기름 유출로 부과된 벌금 300만원을 내지 않아 출항이 정지된 상황에서 다른 조선소에 수리비 13만4천달러를 내지 않아 다시 선박이 가압류될 처지에 놓이자 러시아로 야반도주를 시도한 것이었다.
이들은 일본 영해로 진입하면 한국 해경이 검거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전에 붙잡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