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를 둘러싼 ‘신식민주의’ 논란 속에서도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돈독함을 과시하며 아프리카 진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1만 마을 위성TV 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중국 미디어 기업 ‘스타타임스’를 주 사업자로 선정했다. 스타타임스는 ‘월 4달러’ 최저가 패키지를 앞세워 중국의 각종 TV 프로그램을 아프리카 전역에 송출하며 방송·통신 인프라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본지는 케냐를 찾아 현지인 반응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확인했다. -편집부
케냐 아이나오이=화창한 토요일 오후 케냐 케리초 현(Kericho County)에 있는 아이나모이 상가에서 레너드 비에곤 씨가 색 분필을 들고, 자신의 비디오 가게 밖에 있는 판자에 현재 상영 중인 영화와 다음에 상영할 영화 제목을 써넣고 있다.
요즈음 중국 영화 ‘쌍자신투(雙子神偷)’가 중국어로 상영되고 있지만, 현지 디제이가 스와힐리어(아프리카 동부지역 언어)와 셩어(케냐 속어)로 재미있게 통역해주고 있어 관람객들의 영화 이해에는 문제가 없다.
비에곤(35) 씨는 2004년부터 비디오 사업을 해온 세 아이의 아버지다. 그는 자신의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 자막이나 현지 번역으로 중국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디지털 텔레비전으로 전환하기 훨씬 전부터 케냐 사람들은 가정과 지역 영화관에서 이미 중국 영화를 보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케냐 5실링(약 57원)을 내고 중국어로 된 쿵후 영화를 즐겨 봤다.
비에곤 씨는 “케냐 사람들이 중국 문화와 생활 방식을 담은 영화를 보고 따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비에곤 씨 별명은 브루스 리(쿵후스타 이소룡의 영어이름)이다. 그 별명은 비디오 가게를 하기 전부터 붙여졌다고 한다.
“20년 전에 티셔츠를 넣어 입고 검은 벨트를 하고 당구를 쳤다. 그런데 이소룡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가 이겼다. 그때 별명이 붙여졌다”고 비에곤이 설명했다.
중국 소프트 파워
중국이 자국 영화를 단순히 재밋거리로 아프리카에 제공한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 공산 정권이 소프트 파워를 아프리카에 침투시키기 위해 점진적으로 사용하는 영악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서부 케냐 카바락 대학의 도카스 케베니 통신학 강사는 “언론은 정부와 정치인이 전면적인 선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신뢰하는 사람들이 해 준 말을 믿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대중매체를 이용해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자주 보도되는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미디어의 반복적인 설득력은 청중의 태도를 바꾼다. 이를 ‘의제 설정 이론’이라고도 한다“면서 케베니는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의 경우 S.G.R (Space Grouting Rocket·표준궤도 철도) 공법 등의 신기술로 도로를 건설해 (현지인들에게) 만족을 준 후 그들의 메시지를 드러낸다”고 그가 덧붙였다.
미디어 기업 스타타임스
켄지예트 마을의 페이스 베트 씨는 두 자녀와 함께 저녁 뉴스 보기를 즐긴다. 그의 집 디지털 TV는 중국 미디어 기업 스타타임스(StarTimes)를 통해 연결돼 있다. 스타타임스는 중국문화 수출기업으로 중국인 기업가 팡신싱(龐新星)이 1988년에 케냐에 설립했다.
“우리는 중국 등 세계 각지에 대한 여러 정보를 집에서 편안하게 보고 있다“며 ”CGTN(중국 관영 방송 CCTV가 주관하는 국제 미디어 방송)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의 정치 및 다양한 소식을 접한다”고 베트 씨가 설명했다.
동아프리카 스타타임스에는 스와힐리어 전용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은 중국 쿵후 영화와 연속극을 보여주는데, 모두 스와힐리어로 번역돼 시청자들이 선호한다.
“저녁에 스와힐리어로 된 중국 연속극을 본다. 예전에 우리는 멕시코와 필리핀 드라마를 봤었지만 우리 주변에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스와힐리어로 연속극을 보면 상당히 편하다. 중국인의 사랑과 인간관계 문제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된다”고 베트 씨가 말했다.
신 식민주의
2015년 12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6차 각료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1만 개 빈곤지역 마을에 디지털TV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타타임스가 그 프로젝트의 주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 중국 정부는 케냐 정보통신부와 손잡고 800여 개 마을에 디지털 TV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전국 47개 현 1만6000 가구가 위성방송, 고화질 셋톱박스, 기타 장치를 통해 위성TV에 연결된다.
케냐 스타타임스는 중국 정부로부터 800만 달러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케베니 강사는 “중국은 경제로 이미지 구축 전략을 수행했다. 중국에는 매력적인 이슈인 문화가 있으며, 그것은 아프리카에 잘 뿌리내렸다“면서도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을 향한 중국의 ‘도움’은 의문을 던져준다. 결국 아프리카인들이 현물이나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케베니 강사는 “중국의 의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원과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촉진한다는 구실로 위성 TV에 접근해 정보격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그 플랫폼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의 정책과 지배를 받아들이도록 세뇌시킨다. 신 식민주의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스타타임스는 현재 30개 아프리카 국가 1천만 명의 회원들에게 중국 TV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TV 프로그램 보다 중국 정부의 프로파갠더(propaganda·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편협하고 그릇된 정보)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