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이 취약계층 식량배급 등에 쓰여야할 거액을 빼돌려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당했다. 베네수엘라의 적나라한 부패 실상이 드러났다 -편집부
미국이 2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의붓아들 3명을 제재했다.
월터, 요세르, 요스왈 플로레스 등 3명은 콜롬비아의 기업가 알렉스 사브 등의 측근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정부계약을 부풀려 수백만 달러를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의 금을 터키에 팔아넘기고 식품 보조 프로그램과 주택 등 정부 계약을 부풀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베네수엘라 국민을 기만한 개인 10명과 회사 13개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알렉스 사브는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과 결탁해 대규모의 부패 네트워크를 형성한 후 베네수엘라의 기아를 이용해 왔다”고 밝히며 “이들은 정치적 지지자들은 보상하고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통제 수단으로 식량을 이용하고 수많은 사기행각을 통해 수억 달러를 착취해왔다”고 밝혔다.
느무신 장관은 “미 재무부는 마두로 정권의 식량 분배 프로그램으로 이익을 취한 유령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마두로의 부패 계획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계획
미 재무부에 따르면, 사브의 마두로 정권과의 결탁은 적어도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사브는 사업 파트너인 알바로 풀리도와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정부주택계약 입찰을 위한 회사를 세웠다.
미 재무부는 “1년간의 로비 끝에 사브와 풀리도는 2만5000 가구를 건설하는 주택계약을 따냈다”며 “이 계약은 베네수엘라의 취약 계층을 위한 저소득층 주택 건설비용으로 실제 비용의 3~4 배가 사브와 풀리도에게 지불됐다”고 밝혔다.
사브는 마두로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세 아들 월터, 요세르, 요스왈 플로레스와 사촌 카를로스 말피카 등 4명과 2011년 베네수엘라 바르가스 주에 주택건설을 위한 토지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세 의붓아들은 사브와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들의 접점 역할을 했다. 이들은 사브가 뇌물과 리베이트를 통해 더 많은 정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왔다.
식량 계획
마두로 대통령은 2016년 빈민층에게 설탕, 파스타, 분유 등과 같은 기초식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식량 보조 프로그램 클랍(CLAP)을 만들었다.
미 재무부는 “이들은 취약계층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보다는 CLAP 프로그램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 지지층에게는 보상을 주고, 정치적 비판을 하는 자들은 탄압했다”며 “많은 베네수엘라 시민이 식량 살 돈이 없어 CLAP 배급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으로 마두로 정권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시작 첫해부터 사브와 풀리도가 무입찰 계약으로 식량배급 사업을 따내면서 부패가 만연했다.
미 재무부는 이 계약들이 부풀려졌을 뿐만 아니라, 사브와 풀리도가 외국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해 복잡한 기업 구조를 만들어 제공한 음식들은 종종 “표준 이하의 영양가”였고 결국에는 “CLAP 프로그램에 필요한 식품의 일부만 수입했다”고 말했다.
유령회사 구조는 사브가 관리들에게 준 뇌물과 마두로 대통령의 의붓아들들에게 제공한 리베이트를 숨기는데 사용됐다.
미 재무부는 “사브와 풀리도가 2016년부터 이 부패한 계획으로부터 수억 달러를 착취했다”며 이들의 부패행각을 지적했다.
금 계획
사회주의 정부 아래 2018년 초부터 붕괴된 베네수엘라 경제는 외환 부족에 허덕였다. 정부는 CLAP 계약을 포함한 일부 계약금 지불을 위해 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금을 터키에서 팔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사람도 사브라고 재무부는 말했다.
정부는 광부들이 정부가 정한 금리로 사브에게 금을 팔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 중 일부는 카라카스에서 정제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매각되고 아랍에미리트와 터키로 날아갔다. 터키인들은 금을 사고, 사브의 회사는 터키에서 물건을 사서 베네수엘라 고객들에게 값을 올려 되팔았다.
조여드는 올가미
카리브해 바랑키야 출신의 사브는 올해 콜롬비아에서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관리들은 그가 종종 전용기를 타고 파리의 아파트와 레바논으로 여행을 가는 등 전 세계를 누비던 생활을 버리고 카라카스에 숨어 있다고 믿고 있다.
마이애미에 있는 사브의 변호사인 리차드 디아즈는 논평 요청에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전에 자신의 의뢰인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그의 의뢰인이 거짓 증언에 근거한 정부 반대자들의 중상모략의 표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마두로의 의붓아들들에게서도 논평을 받을 수 없었다.
사브와 풀리도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들은 베네수엘라 고위 공직자들을 사법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관심을 끌었다.
미 재무부 마샬 빌링스리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관리들은 사브-풀리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2년 동안 이 지역을 돌며 동맹국들로부터 민감한 은행 정보와 무역 정보를 수집했다.
빌링스리 차관보는 지난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부패를 뛰어 넘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베네수엘라에 남겨진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올해 국무부 최고 인권 책임자로 지명했던 빌링스리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기사작성에 AP통신 보도내용을 참조했음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