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공산당이 무역 협상을 결렬시켜 이 무역전쟁을 길게 끌고 가면서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트럼프 심복으로 알려진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말했다.
지난 23일 시카고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한 배넌은 중국공산당은 트럼프와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합의는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한다. 하나는 무역협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6개의 기본 축인 기술 이전, 국영기업, 환율조작, 지식재산권, 이를 보장할 법률 개정과 아울러 중국공산당의 국가자본주의 타파와 중국 경제의 구조적 개혁, 즉 부(富)를 중공 권력자 계층이 아닌 중국 인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존 시스템을 선호한다. 대기업들은 세계 각지에서 그들(중국 본토의 권력자 계층)의 돈세탁, 뉴욕과 런던의 부동산을 구매 등을 돕는다. 예를 들면, 하이항(海航)과 안방(安邦)의 경우, 줄곧 자금 세탁해 온 돈들 결국 몽땅 중공 고위층의 주머니에 들어간다”고 했다.
배넌은 “중국공산당은 트럼프가 퇴진하기만을 바란다”면서 “그(트럼프)가 기존 국면을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또 라이트하이저(무역대표부 대표)와 나바로(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가 하고 싶은 것은 중국 경제의 중대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중국을, 내가 ‘웨스트팔리안(Westphalianl)’이라고 부르는, 서방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깨려고 하는 것이 중공의 ‘국가 자본주의’인데, 이것이 바로 중공의 권력과 통제력의 핵심”이라며 “이 또한 중국 공산당이 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배넌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3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유예하도록 요구하고 협상 재개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 미국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중공과의 유착 관계’
배넌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적 관계가 2020년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공이 서방의 엘리트를 매수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그 당시 영국의 동인도회사와 마찬가지다. 그것은 약탈적 자본주의이고, 엘리트 계층을 타락시켜 그들을 (중공과) 한편으로 만들고, 다른 나라를 압박해 조공국(Tributary state)이 되게 한다. (민주당 대통령 출마자) 바이든은 이미 이 문제에 연루돼 있고, 그의 아들은 중국 은행으로부터 15억 달러 규모 투자금을 받았을 만큼 완벽하게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배넌은 경제 세계화로 제조업이 외부로 이동해 미국의 제조업 산업기반이 공동화됐고 , 경제 시스템이 무너졌으며, 이로 인해 젊은이들은 저축도 연금도 부동산도 없이 경제적 안정도 보장되지 않아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그렇게 된 게 자본주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공짜’인 것 같은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배넌이 미국 중서부 북부지역(Upper Midwest)의 전통적 공업주(州)가 2020년 대선에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들 주는 미국과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제조업 유출에 따른 일자리 피해를 입어왔다. 배넌은 “2016년 대선 때 힐러리는 중서부주에서 세력을 키우지 않았다. 샐러리맨 계층의 민주당원들이 당연히 그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깨달았다. 이 또한 바이든이 피츠버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 선언 후 곧바로 아이오와로 가는 이유”라고 했다.
배넌은 “미국의 샐러리맨 계층과 중산층은 ‘미국의 위대함(American greatness)’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엘리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어차피 그들은 충분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공과 한통속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기득권 질서를 깨뜨리려는 게 트럼프의 기본 이념이기도 하다”고 했다.
중공, ‘3대 전략’으로 경제 패권 실현하려 해
배넌은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화웨이 5G’ 구도가 중공의 경제 패권 3대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은 2025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개 산업 장악, 선진적인 칩 설계,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통해 첨단 산업을 제어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9개월 동안 ‘중국 제조 2025’라는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서양인이 그들의 전략적 의도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넌은 또 화웨이를 중공군의 기술 부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웨이는 (단순히)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소유한 기업체가 아니라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국 그 자체다. (화웨이의) 밝혀지지 않은 지분 97%는 바로 인민해방군이 주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5G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이유는 데이터 ‘무기화(weaponize)’라며 “데이터는 새로운 ‘플루토늄'(핵무기 원료)이 된다. 이 또한 중국공산당이 5G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배넌은 중국공산당의 3대 전략은 그들의 야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공산당은 해외에서 엄청난 돈을 마구 뿌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중국공산당 고위 관료들이 권력을 유지하려 정교하게 돈세탁하는 것”이라며 “중공 고위층과 그 가족들은 왜 그렇게 돈이 많은가? 왜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의 편중도가 심한가? 중국공산당은 공산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그들의 인민들에게 약속하지 않았었나? 그런 중국공산당이 베일에 쌓인 것은 차지하더라도, 사실상 권력이 (중국공산당에게) 집중된 전제적 독재 체제다. 그런데도 (그런 중국공산당을) 서방에서 후원하고 기술 지원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공산당 없으면 중국인들 더 잘살 것
배넌은 중공 치하의 대륙인과 해외의 중국인의 처지를 대비하기도 했다. “법치, 민주, 언론, 그리고 신앙의 자유가 있는 곳, 예를 들면 홍콩, 대만, 미국 등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은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가. 예를 들어 미국 내 중국인들은 잘살고 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중시하며 근면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법치만 있어도 잘살고 있다.”
배넌은 또 “21세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똑똑하고 부지런한 중국인들은 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없는가? 중국인들은 스스로 뉴스와 정보를 분석할 능력이 있다. 그곳(중공 치하의 대륙)이 바로 굴라크(일종 포로수용소), 디지털 굴라크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홍콩 시민들의 길거리 시위가 계속되면 서방 사회는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인의 자유민주를 쟁취하려는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앞으로는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힘이 약해질 것이다. 나는 중국공산당이 매우 취약한 집단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공산당이 자행하는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공이 무너지면 중국(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 번영할 것이다. 근면하고 재능있는 중국인들은 탁월한 성취를 이룰 것이다. 물론 중국공산당이 남긴 환경문제는 수십 년 후에나 해결될 것 같지만, 중국인들은 토양, 물, 공기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자연환경을 완전히 파괴했고 지금도 계속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