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로 출범한 한 위원회가 3월 25일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중국의 ‘무제한전쟁(超限戰, 초한전)’이다. 지난 4일, 덴마크의 한 군사 전문가가 중국이 암암리에 펼치고 있는 3대 무제한전쟁을 분석해 대응책을 제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군사연구센터’의 포스트닥터 안드레 켄 제이콥슨은 서양의 ‘전쟁’과 ‘평화’ 개념 사이에 있는 중국의 무제한전쟁을 ‘회색지대(Grey Zone) 전략’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런 기만 전략을 명확히 인식해야만 서방 국가가 연합해 중국을 억제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제이콥슨은 4일 ‘덴마크-중국 전략협력연구토론회’에 참가해 내빈들에게 ‘회색지대’ 이론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2003년 중국군(PLA)의 공식 학설이 된 3대 무제한전쟁(여론전, 심리전, 법률전 등)과, 이에 대한 덴마크 및 동맹국의 대응책이었다.
중국과의 관계는 이익을 바탕으로 구축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는 중국과 어떻게 교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제이콥슨 박사 또한 덴마크가 중국과 수교한 이후 외교적 교류를 할 때 직면한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관찰하고 사색한 바 있다. 제이콥슨은 중국군의 3대 무제한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다.
그는 연설에서 “3대 무제한전쟁은 우리에게 중국의 의도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프리즘을 제공해준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종종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나, 이러한 관계는 표면적인 상호 존중일 뿐, 실제로는 이익과 권력을 기초로 한 관계 설정이다.
이에 관해 그는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덩잉(鄧瑩) 주(駐)덴마크 중국 대사는 작년에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덴마크와 중국은 좋은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즉, ‘상호 간의 핵심이익과 관심사항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보류하는 정신을 계승해 실무적인 교류 협력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공통된 가치관과 신념이 아닌, 이익과 권력에서 비롯된다. 또한 대등한 관계가 아닌, 패권과 약소국 사이의 관계다. 덴마크가 ‘실무’적인 것들만 유지한다면 중국 당국은 사업을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회색지대에서는 모든 것이 목적성
제이콥슨에 의하면 중국은 경제력을 이용해 정권을 안정시키고 야심을 확대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수단은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 등 대형 프로젝트다. 중국은 이를 통해 2049년, 즉 공산당의 중국 통치 100주년이 되는 해에 세계 강대국 지위를 획득하려 한다.
그는 이를 위한 중국의 전략을 소개했다. “미국과 서양 국가들에 직접 맞서는 것은 중국은 물론 어떤 국가에도 이롭지 못하다. 이러한 역사적 단계에서 대항한다면 중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서양 동맹 시스템과 선진 경제무역 시스템에 동시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전략은 ‘회색지대’ 전략이다.”
계속되는 그의 설명이다. “‘회색지대’는 우리 서양에서는 매우 익숙한 두 가지 상태, 즉 전쟁과 평화 사이에 위치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국가와의 관계가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개념에 익숙지 않다. 이는 국가 간의 충돌 관계가 재래식 전쟁 발생의 ‘문턱’보다는 아래에 있는 상태다. 회색지대에서 국가는 모든 수단과 자원을 사용해 정치적 목표를 확장할 수 있다. 즉 중국 공산당은 외교, 경제, 문화, 정보, 기술 등의 수단을 모두 결합해 그들의 대내외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제이콥슨에 따르면 일찍이 냉전시기 미국 외교관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중국의 이러한 ‘회색지대’ 적대적 관계와 관련해 서양의 맹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는데, 1947년에는 이러한 적대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일종의 장애라고 했다.
제이콥슨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쟁과 평화는 구분하기 매우 쉽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반면 회색지대는 이와 달리 명확히 구분되는 적군과 우군이 없는 정치적 환경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와 중국의 관계를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 사회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3대 무제한전쟁에 맞서는 대응책
그러나 중국의 무제한전쟁은 제이콥슨에게 중국 전략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 그는 연구토론회에서 자신이 덴마크와 서양 동맹국을 위해 무제한전쟁에 맞서는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혔다.
여론전(戰) → 중국의 미디어 매수 전략 조심하라
그는 중국이 ‘여론전’을 활용해 기자들을 끌어들이고 미디어를 매수해 ‘중국 이야기를 잘 포장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중국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태도를 호도하는 여론전으로, 사상 전투의 공간에서 기선 제압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선전 수단은 이전에는 주로 중국 내 인민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됐으나, 지금은 미국 미디어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그린란드의 천연자원과 북극 항로에서 그린란드가 갖는 가치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덴마크 미디어를 매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심리전 → 이성적 분석 능력 회복하라
제이콥슨은 중국 공산당이 덴마크에서 펼치는 심리전에 대해 언급했다. “덴마크에서는 대중화돼 있다. 우리는 중국 새해를 맞아 코펜하겐의 주요 쇼핑거리들이 아름다운 중국풍 등(燈)과 장식으로 가득차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중국 당국이 주(駐)코펜하겐 대사관을 통해 협찬한 것이고, 코펜하겐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보행로의 큰 상가들이 이를 이윤을 늘릴 기회로 받아들일 때,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국제정치를 멀리한다’는데 대해 조소를 날린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상기해야 할 것은, 외국이 중국 공산당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변화시키려 하는 중국 공산당의 농간에 있어서 그들은 이미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또한 덴마크 대학들이 학술 자유 문제로 중국 공산당의 공자학원을 거절하고 있지만, 일부 덴마크 교육기관들은 중국 공산당 배후의 거대한 의도를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판다외교 또한 함정의 일종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주목적은 대중의 감정을 조종하는 것이다. 또 이미 효과를 보았다. 흑백의 판다 얼굴은 중국 공산당의 서방 기구에 대한 이색적인 방안을 보급하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덴마크 정계뿐만 아니라 사회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점을 덴마크 각계에 알렸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덴마크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중의 일부이기에 이 점을 반드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선 중국 공산당의 ‘회색지대’ 수단과 목표를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덴마크 민심을 조종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이성적 분석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법률전 → 안전을 우선시하고 관련 법률 제정하라
제이콥슨의 지적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서방의 무차별 원칙을 활용할 기회가 많은데, 특히 무역과 상업 분야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문제는 그 역(逆)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덴마크와 같은 서구 자유 사회에서는 중국 공산당 언론은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반면, 중국 내에서는 모든 언론이 엄격한 검열을 받는다.”
그는 덴마크에서 가장 관건이 된 두 가지 예를 소개했다. 하나는 그린란드 공항 확장 문제에 비차별 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이 그린란드 공항에 참여하는 것은 끝나지 않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고로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중국을 배제하고 융자 협약에 서명했다. 다른 하나는 화웨이가 덴마크 통신(TDC)에 차세대 5G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기로 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2017년, 중국의 <국가정보법>이 개정되자 화웨이 상품의 안전 문제에 대해 서양 국가들의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독촉하는데도 덴마크 정부는 법률적으로 화웨이를 금지할 조항이 없어 속수무책이었지만, 덴마크 통신은 결국 에릭슨사와 손을 잡고 화웨이를 거절했다.
제이콥슨은 중국 공산당의 법률전(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안전을 우선시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상업 환경에서 무역은 점점 안보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더는 이익 추구가 유일한 고려 사항이 아니게 됐다. 국가는 외국의 직접투자를 거를 수 있는 기제를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제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이콥슨은 덴마크는 중국 공산당 ‘회색지대’의 올가미에 걸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덴마크가 판다 두 마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사실 위험을 높이는 행위다. 중국 당국이 덴마크의 실용주의와 충성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덴마크는 ‘회색지대의 압력을 감당’하기 위해 우군과 동맹이 필요하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