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외교관 철수지시…자국민 출국 권고

2019년 01월 26일 오전 1:41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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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카라카스의 대통령 궁 발코니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국회의장을 대통령으로 인정한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안에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Luis Robayo / AFP / Getty Images)

미 국무부가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주재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비(非)필수 외교관들에게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지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안전을 이유로 이러한 절차를 밟게 됐다면서 자국민에게도 출국을 권고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최소한의 필수 인력을 남겨 대사관은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의혹 속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권 2기가 시작되자 마두로 대통령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민중의 항의가 격화되며 유혈진압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정국이 혼돈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35세의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는 “마두로 대통령의 정권 강탈을 끝내기 위해 과도정부 대통령을 맡겠다”며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되찾을 때까지 마두로 정권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포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꼽은 바 있다.(Luis Robayo / AFP / Getty Images)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제국주의 미국 정부는 ‘쿠데타’를 통해 ‘꼭두각시 대통령’을 세웠다“면서 반발했다. 또한 미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72시간 안에 모든 미국 외교관들이 철수하라고 요구했고 미국에 있는 자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먼저 폐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실각한 대통령이 미국과의 단교를 결정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은 마두로의 요구를 무시하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특별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 2000만 달러(약 225억 원) 이상의 인도주의적 원조를 보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본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26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2013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취임해 이달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는 작년 5월 재선 당시 투표 조작 의혹으로 불법· 부정 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때 남미 최고 부자나라로 꼽혔던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물가상승률 1000만%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돈 가치 하락으로 유례없는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 또한 마두로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원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식량난에 시달리다 못해 이웃 나라로 먹을 것을 찾아 떠나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