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해 수출, 위안화 환율, 미 첨단기술 투자 및 국제정치 등 4가지 방면에서 중국의 숨통을 죄고 있다.
제조업자들은 위험한 중국을 떠나 공장 이전을 선택하고 있으며, 위안화 평가 절하도 미국의 관세율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 역시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어하고 ‘힘의 우위’를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며, 여기에다 미국이 통과시킨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 법안’은 중국이 ‘돈’으로 과학 기술을 매수하려는 길도 차단했다.
지난 7월, 중국 관영언론은 베이징 당국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4가지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트럼프와 미국 국내의 형세를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양보하든 강경하게 대응하든 결국 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출 억제 전략, 부를 축적하는 중국의 목을 쥐다
케네스 라포자(Kenneth Rapoza) 포브스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수출 지향적 경제이며,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 가열되는 미중 무역 분쟁에서, 트럼프는 중국의 목줄을 쥐었고, 중국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의 수출이 정체되지는 않겠지만, 제조업체들은 대륙을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일부 외국 기업들은 이미 인건비와 토지 비용 상승으로 점차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 베트남 및 기타 동남아 국가로 옮겼지만,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있다.
홍콩 리키그룹(利記集團)의 행정 총재이자 청년공업가협회 회장 천완산(陈婉珊)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제조업자가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이전하기 시작했고,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완구, 패션, 플라스틱 업계로 이어질 수 있어, 그때는 홍콩 기업가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가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발표한 후, 홍콩과 중국에 있는 많은 제조사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지에 예비 생산라인 설립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8월 1일, 블룸버그 통신은 “대만의 일부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이미 라인을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메이뤼(美律)는 주로 헤드폰, 스피커, 마이크, 보청기,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 음향기기 제조업체이다. 메이뤼의 최고 재무책임자 황차오펑(黄朝丰)은 최근의 재무 보고서에서 “만약 트럼프의 관세가 우리 제품의 미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고객들은 우리 공장 역시 미국 관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가서 생산 비용을 줄이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전 보좌관 배넌(Bannon)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민족주의 정책은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업에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체인을 재편성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글로벌 공급체인이 미국 제조업의 구미에 맞도록 조정되면 중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톈쩌(天則) 경제연구소의 학자 장린(張林)은 최근 SCMP에 “중국 당국이 트럼프를 오판했다. 만약 중국의 수출 모델이 정체된다면, 중국 경제는 수년 동안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미국의 관세가 글로벌 공급체인을 재조정하고 미국 제조업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면 중국은 매우 피동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은 푸젠(福建)의 수영복을 생산하는 의류 공장.(STR / AFP / Getty Images) |
관세 인상 전략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의 목줄을 잡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 국제적인 견해이다. 지난 8월 3일(현지시간) 백악관 수석 경제보좌관 래리 쿠들로(Larry Kudlow)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중국 당국의 의도적인 조치라고 여긴다”며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의 무역 압박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2천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실질적인 이유는 아마 위안화의 약세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시작된 후, 위안화 환율은 약 7% 하락했으며, 달러 대비 가격은 지난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다른 관점으로는, 중국이 ‘바람 불 때 돛 올리는’ 전략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고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미국 관세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랜차드(Olivier Blanchard)는 보고서를 통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6~7% 하락하면, 이론적으로는 미국이 초기에 공식화한 2천억 달러의 수입품에 부과한 10%의 관세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대중 관세율을 25%까지 올리면, 관세의 상쇄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하의 폭을 12%까지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은 6.8~7.2위안에 이를 것이다.
다시 말해,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못하도록 목줄을 움켜쥔 것과 같은 효과다.
중국에 공장을 둔 패션업체도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업자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도울 수 있겠지만, 미국은 보복 응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 전했다.
이밖에도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 자본이 중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대규모의 자본 이동을 초래할 수 있다.
쿠들로 백악관 보좌관은 “최근 위안화의 하락으로 일부 자금이 이미 중국을 떠났으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위안화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 ‘일대일로’ 숨통 조여
미국이 중국의 무역 문제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발전 계획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간주되며, 미국은 중국을 아시아의 최대 경쟁자로 보고 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방대한 영향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며 “일대일로 계획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도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과학기술,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해 1억 13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역 보안 협력 강화를 위한 3억 달러의 보안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투자 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대체할 것이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실물자금이 정부의 기금이 아닌 사기업에 의존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투명성과 합법적인 가치관을 강조하고, 막후의 비밀스런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
국제 법률회사 ‘Dorsey & Whitney’의 변호사 트로이 켈러(Troy Keller)는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8개월 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발표했을 때,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제어하고 아시아 국가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국가들은 실망했지만 점차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켈러는 “하지만 미중 간의 관세 분쟁으로 인해 TPP를 제안한 국가들은 미국이 TPP에 계속 참가하는 것과 같은 인센티브를 창출했다. 폼페이오의 아시아 투자확대와 같은 우호적인 발언이 이 같은 정서를 굳혔다”고 말했다.
엄격한 외국인 투자 심사, 중국의 첨단 기술 구매 막아
미국 의회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 심사에 대한 주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중국과 기타 외국의 투자 및 교역을 저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 7월, 백악관 보좌관 피터 나바로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CFIUS가 법안 개정을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을 ‘베이징이 구매한 뒤 중국으로 빼돌리는’ 것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가 책임을 맡고 있는 무역 및 산업부(Office of Trade and Industry)는 지난 6월에 발표한 《중국의 경제 확장이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해를 끼친 중국의 행동, 관행, 법률 등 50가지 이상을 열거했다.
나바로는 “그들은 우리 왕관의 보석을 노리고 있으며, 그런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11월 외국인 심사 개혁 법안을 발의할 때, 공화당의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은 “정치 시스템, 군사 작전 및 기술 투자 3가지 측면에서,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숨은 근심거리“라고 했다.
그는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중국 정부의 자금을 제공받는다.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은 미국 경제와 군사적 경쟁자”라고 했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원래 외국 투자의 심사를 담당하는 재무부 외에 상무부,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및 정보부서가 추가로 투입돼 인수합병이 미국의 핵심 기술과 관련돼 있는지 파악하고, 어떤 외국 투자 M&A가 보고돼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미국 CFIUS의 개혁 법안은 8월 1일 <국방수권법안>에 첨부돼 미국 상원을 통과했으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특히 <국방수권법안>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자학원을 설립한 미국 대학의 중국어 프로그램이 국방부 자금 지원을 신청하는 것을 제한한다. △미국 정부와 ZTE 및 화웨이의 기술 계약을 제한해 국가 안보의 위협을 방지한다.
베테랑 중국문제전문가 헝허(橫河)는 “중국 당국을 겨냥한 두 가지 내용이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돼 있다. 하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전면적인 침투를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 업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현재 목표는 이미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 군사, 심지어 이데올로기와 가치관 차원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