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中興通訊)에 제재 조치를 내린 미국 정부가 최근 또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대(對) 이란 수출에 대한 미국 제재 계약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화웨이는 중국 군부의 유착 관계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외부의 의혹을 받아 왔다. 최근 화웨이의 내부문건이 인터넷 상에 유출됨에 따라 화웨이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장기간 중국 정부의 주민 감시에 일조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현재 대 이란 수출에 대한 제재조치 위반 여부와 관련해 화웨이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는 이란 제재와 관련한 문제로 화웨이를 소환한 뒤 사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가 보안 관계자들은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미국의 국가 안보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여러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웨이의 휴대전화와 네트워크 장비가 베이징을 대신해 스파이활동을 진행 중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9일 미 의회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SCC)’는 ‘미국 연방정보통신기술(ICT) 공급망 위험성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에 따른 정부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일부 중국 기업이 진행 중인 산업 스파이 활동을 묵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는 ZTE, 화웨이, 화승천성(華勝天成), BOE(京東方), CETC(中國電子科技集團公司), 중국 과학원, 인스퍼(浪潮), 레노보(聯想) 등 19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중국 국영 기업이거나 대기업, 혹은 군사력을 배후에 둔 기업들이다.
2012년 이래로 관련 조사 기관은 매년 미국 의회에 ‘미국 공급망에 중국 기업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와 ZTE는 해마다 해당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가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발표된 직후, 화웨이는 4월 25일 저녁 유럽에서 진행 중이던 5억 유로(한화 약 6450억)의 채권발행을 취소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화웨이가 채권 가격 책정 직전 갑작스럽게 발행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해당 조치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갑작스러운 거래 취소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화웨이의 국민 감시용 스파이웨어 기술 개발
지난 2월, 6개 미국 주요 정보기관 수장들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은 화웨이와 ZTE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안 된다”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최근, 인터넷 상에 유포된 ‘혁명전야’라는 필명의 문서가 ‘VCM 매뉴얼’이라 불리는 화웨이의 2015년 내부 기밀 자료인 것으로 밝혀졌다. VCM은 ‘동영상 콘텐츠 관리(Video Content Management)’의 약칭으로, 이 자료는 화웨이 VCM 사용자만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중국 공안부서가 화웨이 VCM시스템의 유일한 사용자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해당 시스템은 중국의 사이버 경찰관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VCM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모니터링한 동영상에 대한 실시간 분석처리 및 신고를 지원하는 기술로, 이는 중국 공안의 ‘황금방패 프로젝트(Golden Shield Project)’를 비롯한 첨단 인공지능 영상 인식 응용 프로그램에 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 사이버 경찰관들은 이러한 감시 통제 시스템을 이용해 중국 국민들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고 감시 효율성도 대폭 높일 수 있다.
독자들은 이제 화웨이가 중국의 ‘안정유지’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VCM의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GIS 맵의 도시 지역에 있는 카메라들의 레코드데이터 수집
2. 모니터링 한 동영상 자료의 사후 분석 및 처리
3. GIS맵의 도시 범위 내 여러 카메라를 선택해 특정 대상 또는 차량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가상 카메라팀 구축
4. 얼굴과 차량의 자동식별 및 사진촬영, 블랙리스트 식별 기능, 감시영역에 들어온 대상 발견 시 카메라의 자동 경보 발령 기능
5. 라인 탐지, 대상 크기 식별 등을 포함한 8가지 인공지능 분석 기능
아직 상장된 적이 없는 화웨이의 경영 구조는 상당히 흥미롭다. 화웨이 설립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중국군의 간부였으며, 얼마 전 사직한 쑨야팡(孫亞芳) 회장은 대학 졸업 직후 국가안전부(MSS)에서 통신 분야의 업무를 맡았고 1992년 국가안전부에 의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화웨이는 명목 상 민영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스파이 기관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8년 공안부가 자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황금방패 프로젝트’를 고안할 무렵 화웨이는 곧바로 프로젝트 지원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