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방이나 지갑을 새로 사면 그 안에 있는 종이는 버린다. 크리스텔 월러스(Christel Wallace, 여) 씨도 그렇게 새로 산 핸드백을 정리하다 뜻밖에 숨겨진 메모를 발견했다. 월러스 씨는 중국어로 쓰인 것을 보고는 나중에 알아보려고 보관했는데, 이후 번역해보고는 마음이 아주 무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월러스 씨는 미국 애리조나주 코치 카운티에 있는 시에라 비스타 도시에 살고 있다. 그녀는 며느리에게서 상품권을 선물 받아 월마트에서 핸드백을 하나 샀다.
지난해 3월까지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다 하루는 핸드백 속의 작은 지퍼를 열었다. 안쪽에서 잘게 접은 쪽지를 발견한 그녀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 쪽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그 쪽지의 글씨가 중국어 같고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다시 쪽지를 집어 들었다.
월러스의 며느리인 로라는 “메모의 출처를 알 수 있었는데, 편지를 쓴 이는 중국의 수감자였다”면서 “그들의 상황은 비참했고 쪽지에서 말한 그대로였다”고 덧붙였다.
쪽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중국 광시의 잉산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은 하루 14시간 동안 일하는데, 휴식도 없이 자정까지 연장 근무를 한다. 정해진 일을 끝내지 못한 수감자는 누구라도 두들겨 맞는다. 제공받는 식사는 기름과 소금이 없다. 수감자는 매달 2000위안(약 33만 8000원)을 받는데 아파서 약이 나오면 급여에서 공제된다. 중국에서 수감자로 산다는 것은 미국에서 말·암소·양·돼지 또는 개만도 못하다.”
로라는 이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는 “달리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이 공격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겠지만 아마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이 퍼진 후 월마트 대변인은 “메모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납품 업체에 ‘모든 제품은 자발적인 노동으로 생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중국 수감자가 쓴 쪽지가 미국에서 현지인에게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뉴욕의 웨스트 할렘에 살던 호주 출신의 스테파니 윌슨(Stephanie Wilson)은 삭스 5번가의 종이 쇼핑백 안에서 편지를 발견했다. 이 편지는 산둥성 칭다오시(市)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토나인 에마뉘엘 닉(Tohnain Emmanuel Njong)이 작성한 것으로 그는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오리건의 줄리 키스(Julie Keith) 씨는 케이마트에서 산 할로윈 장식 제품에서 SOS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 속 상황은 월러스가 발견한 메모보다 더 좋지 않았다.편지를 쓴 중국인 엔지니어 쑨이(孫毅) 씨는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2년 반 동안 중국 북부의 악명높은 마싼자 노동교양소에 수감됐다.
파룬따파(法輪大法) 또는 파룬궁(法輪功)은 진(眞)·선(善)·인(忍)을 기본으로 하는 중국고대의 심신 수련법이다. 1990년대 중국에서 파룬궁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당시 국가주석이던 장쩌민은 편집증적인 공포로 파룬궁이 통치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1999년 7월 20일, 장은 잔인한 박해를 명령했다.
쑨 씨는 15년 동안 체포와 석방을 되풀이하다 2016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망명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 1일, 발리의 한 병원에서 51세 생일을 며칠 남기고 사망했다.병원 측은 그의 사인이 신부전이라고 밝혔지만 가족은 평소 쑨 씨의 신장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자 가족은 “병원이 가족의 동의 없이 급히 시신을 화장했다”며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쑨 씨를 독살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