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 호주 언론은 최소 다섯 명의 중국계 인물이 거액의 현금과 뇌물을 준 대가로 호주 정계 및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기원의 취재에 응한 천융린(陳用林)은 전(前)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1등 서기관으로 현재는 망명한 상태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중국 공산당이 기획한 호주 침투 공작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호주 정부에 전면적 침투
이 같은 호주 언론의 보도와 관련하여 천융린은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부에 어떻게 침투 및 공작했는지 철저하게 파헤쳤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호주의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4개 분야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공작을 벌였던 결과인 것이다. 특히 정부 조직 침투와 관련해서는 연방 정부뿐 아니라 주 정부와 시 정부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호주)의원과 정부 관계자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중국과 자주 접촉하여 이익을 공유한다. 중국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각 정부 기관의 간부와 정치가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평소에도 중국 당국, 중국 대사관 총영사관, 중국 공산당 성향 단체와 친밀하게 교류한다”.
“다른 한 그룹은 국익 침해를 염려하여 중국과 접촉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들은 국가 안보에 끼칠 위협과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즉,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움직여 호주 정부 관료들과 각 당파의 유력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호주 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두고 호주 정부의 정책 및 전략에 혼선을 일으키고 정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공의 검은 돈, 호주 의원의 발언 좌지우지
호주방송협회(ABC)에 따르면 호주 다수 야당인 노동당에 소속된 샘 다스티야리(Sam Dastyari) 상원의원은 중국인 부호 황샹모(黃向墨)의 주요 연락책으로 암약해왔다. 이 의원은 황 씨에게서 받은 뇌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 여비 등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자 그는 지난해 9월 소비자 문제 담당상 등 요직에서 물러났다.
황샹모는 지난해 연방 선거에서 40만 호주 달러(약 3억6000만원)에 이르는 정치 헌금을 노동당에 납부한 바 있었다. 이후 노동당 스티븐 콘로이(Stephen Conroy) 상원의원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정책을 공개 비판하자 황샹모는 정치 헌금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콘로이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다음날, 다스티야리 의원은 황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의 남중국해 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천융린은 “다스티야리 의원이 중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금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정책 기조는 노동당의 외교 정책과 어긋나며 호주의 국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호주 정부는 현재 이 같은 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6월 13일, 국회에서 줄리 비숍(Julie Bishop) 호주 외교장관은 “(지난해) 다스티야리 의원의 태도가 왜 돌변했는지 이제 알았다. 이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4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의 돈을 받고 노동당의 외교 정책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여자 스파이 옌쉐루이 남편은 전 정보수사관
2015년 10월, 호주 정보기관은 중국의 여간첩으로 활동한 옌쉐루이(Sheri Yan)의 캔버라 자택을 조사했다. 그녀가 일부 중국계 정치 후원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호주의 고위 정치인에게 접근을 시도했다는 혐의였다.
옌쉐루이의 남편 로저 우렌(Roger Uren)은 호주의 전직 정보기관 수사관으로, 경찰은 자택 수색 당시 호주 정부의 기밀문서를 상당수 발견하고 기밀 누설 혐의로 우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옌쉐루이는 저우쩌룽(周澤榮) 킹골드그룹 회장의 개인 비서였다. 한 때 그녀는 전 유엔총회 의장 존 애쉬(John Ashe)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미국 연방 수사국(FBI)에 체포된 바 있다.
호주안보정보기구(ASIO) 국장 던컨 르이스(Duncan Lewis)는 3대 주요 정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기밀 서한을 보내고 호주로 귀화한 황샹모와 저우쩌룽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국장의 서한에 따르면 황과 저우는 각 정당에 총 670만 호주 달러(약 60억원)를 정치 자금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부패 의원들은 루이스 국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황과 저우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연합’이 야당이었던 시절 약 90만 호주 달러(약 8억원), 노동당은 20만 호주 달러(약 1억8천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호주 언론은 중국계 정치 후원자가 30명 이상이라고 보도한 바 있었다. 천융린은 30 명 중 대부분이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統戰部, 통전부) 산하 ‘호주평화통일촉진회’의 멤버들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치인들, 중국 갔다 온 뒤 태도 돌변
“중국계 후원자들만 정치 헌금을 뿌리는 것이 아니다. 중국 공작원들 역시 정치인, 특히 상층부의 정치 세력, 정부 고관에게도 뇌물을 주고 있다. 그 총액은 아마 정치 헌금보다 많을 것이다”라고 천융린은 밝혔다.
“뇌물을 공여하는 방법 중에는 호주 정치인을 중국으로 초청하여 호화 여행을 시켜주는 것도 있다. 중국 정부는 기업 관계자들에게 지시하여 이 같은 초청 행사를 지원한다. 중국에 도착한 호주 정치인들은 성 접대를 비롯한 각종 로비를 받게 된다. 따라서 호주의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본국으로 돌아온 뒤 중국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언론 역시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으로 변한다.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로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천융린은 중국 당국이 정치인의 친인척들에게 금품을 주거나 편의를 봐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정치인의 가족 중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중국으로부터 각종 장학금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대사관은 매년 정원 10명 이상의 완전 급여형 중국 유학 제도를 두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헨리 챙(62) 상원의원의 자녀가 중국 유학을 결정했을 때 중국 대사관 측은 해당 학생을 이 제도의 수급자로 선정했다. 아마 호주 정치인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신청하는 즉시 승인될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