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범진 전 총장은 션윈 공연은 지금까지 본 중국 전통공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공연이었다고 전했다.@정인권 |
“정말 놀랍습니다. 오늘 공연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들로 가득찬 것 같습니다. 중국 고전무용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국 사회의 도덕적 지식인이자 중국 문학의 “태두(泰斗)”로 평가받는 정범진(74) 전 성균관 대학교 총장의 말이다. 그는 한 평생 대학에서 중국 문학을 연구해 오며 후학을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심산 김창숙 선생의 생애와 선비 정신을 기록한 “백번 꺾어도 꺾이지 않는 민족의 자존”, “중국문학 연구” 등 수많은 저서들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들을 잘 대변해준다.
이런 그가 션윈 공연을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평생 중국을 수없이 오가며 중국 문학을 공부하고 많은 중국 지식인들과 교류를 해왔다. 그 와중에 중국 전통공연을 본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션윈 공연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느낌을 밝힌다.
“이런 중국 전통 공연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복식이나 배경 화면 등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 눈에 그것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공연 프로그램 중 어느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답변을 망설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줄 알았으나 그에게서 나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어느 한 프로그램을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 좋았습니다. 내용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내용들이 다 놓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그가 밝히는 션윈 공연의 또 다른 우수성은 프로그램의 내용들이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공연이 전달하려는 내포된 의미는 매우 심오한 것이지만 표현 방식은 친근한 소재들로 구성돼 있어 문화 공연에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공연에 동화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내용 중에 나오는 “이백”, “서유기”, “뮬란” 이야기들은 중국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고사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연 내용이 쉽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문학을 공부해오며 중국 고사들도 많이 연구해 왔지만 “고사”와 “고전무용”이 결합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션윈 공연은 이들이 서로 잘 조화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미묘한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신비로운 기운이 전해진다고 밝혔다.
정범진 전 총장은 평소에 “인성(人性)”을 강조해온 학자이기도 하다. 오늘날 생겨나는 많은 병폐들은 인성이 허물어져서 그렇게 됐다고 주장한다. 인류사회는 인성을 제일로 여겨야 하며 정치든 기업이든 인성을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다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션윈 공연은 오늘날 피폐해진 인성을 다시 되돌려 세우는 힘도 내재돼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인성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의미 있는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